가공식품 '찔끔' 내리고 高외식비 여전…"구조 들여봐달라"

남궁민관 2023. 7. 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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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라면·빵·과자 등 가공식품 7월 인하 행진
인하폭 겨우 100원 안팎…"구조적 고려 없으니 제한적"
외식업 아예 등돌려…삼계탕·냉면 등 멈춤없는 오름세
임대료·인건비 등 부담 커…전문가들 "찍어누르기식 한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정부의 ‘권고’로 국내 주요 식음료 업체들의 가공식품 가격 인하가 잇따르고 있지만 물가 안정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인하폭이 단 100원 안팎에 그쳐서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부터 국민 물가 부담의 주축으로 꼽혔던 외식비는 인하는 커녕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관련 업계는 산업의 구조적 이해없이 단순히 일부 제품 가격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는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비까지 만족할만한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스낵 판매대에 새우깡이 진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7월 라면·빵·과자값 속속 인하…얼마나?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업계와 제과·제빵업계가 지난 1일부로 주요 제품 가격을 5% 안팎 인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뒤 일주일도 채 안된 같은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분업계를 불러모으며 전방위적 압박을 펼친 결과다.

다만 인하폭을 두고 물가 안정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소매점 기준 농심 신라면은 기존 1000원에서 950원, 새우깡은 1500원에서 1400원으로 각각 50원, 100원 인하했다. 팔도도 일품해물라면과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을 각각 1000원에서 940원으로 단 60원 인하했다. 다른 라면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5입 또는 4입 멀티제품 기준 삼양식품과 오뚜기 모두 200원 안팎의 인하폭을 보이며 개당 40원 수준 가격을 내렸다.

제과·제빵제품 인하폭도 크게 다르지 않다. SPC삼립은 총 20종의 제품에 대해 100~200원 인하했고 SPC 파리바게뜨도 그대로토스트를 3700원에서 3600원, 정통바게트를 3900원에서 3700원으로 낮추는 등 총 10종의 제품에 대해 100~200원 인하하는 수준이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도 각각 단 3종, 1종의 과자 제품을 100원, 300원 낮추는데 그쳤다.

정부의 압박에 연이어 식품업계가 가격을 내리자 오히려 국민적 눈총을 받는 형국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밀가루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내렸다고 다른 원부자재 가격 및 제반비용 등 구조적 고려 없이 억지로 제품 가격을 낮추다 보니 품목 수나 인하폭 모두 기대에 충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한 관계자는 “향후 원부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나 전기료,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이 현재 수준과 달라지지 않는다면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현재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가격 조정 협상에 나서면서 조만간 또 다른 인상요인이 예고된 마당이다. 일각에서는 식음료 업체들이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식당가 한 입간판에 삼계탕 가격이 1만7000원으로 적혀 있다.(사진=뉴스1)
한 끼에 2만원 기본…“인건비·임대료 어쩌라고” 토로

특히 가공식품보다 인건비와 전기료, 임대료 등 제반비용이 훨씬 높은 외식업계의 경우 물가 안정을 외치는 정부에 아예 등을 돌린 모양새다. 한 피자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치즈 등 다른 주재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상 현재의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감내하고 있어 가격 조정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외식비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 평균 삼계탕 가격은 올해 1월 1만600원에서 5월 1만6423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냉면은 1만692원에서 1만923원, 자장면은 6569원에서 6915원, 김밥은 3100원에서 3200원, 김치찌개백반은 7654원에서 7846원, 칼국수는 8615원에서 8808원으로 모든 메뉴 가격이 예외없이 올랐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격 개입은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고 실질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영향도 크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구조 선진화·효율화 등을 통해 물가 관리를 할 수는 있지만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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