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순위표? 화요일부터 보시지 않을까"…'10승 1패' 양석환이 홈런치면 두산이 이긴다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화요일부터는 순위표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두산 베어스 양석환은 2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1루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15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총력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울산 롯데전에 앞서 다시 한 번 그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경기 중 벤치의 개입 비중이 높아질 수 있으며, 불펜 투수들의 경우 3연투까지도 대기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4~5월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6월 승패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까닭이었다.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핵심'은 공격력이었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침체된 공격력으로 인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중위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의 힘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롯데와 2연전에서 두산의 총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타선의 활약이 절실했는데, 양석환이 응답했다.
양석환은 선두타자로 나선 2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초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그리고 6회 다시 한번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 뜬공을 기록하며 침묵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네 번째 타석에서 양석환의 방망이가 깨어났다.
양석환은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무사 1루에서 롯데의 '필승조' 구승민과 맞붙었고, 2구째 132km 슬라이더가 높은 코스의 실투로 연결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양석환이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가 시즌 12호 홈런으로 연결됐다. 팽팽한 흐름을 무너뜨리는 한 방, 두산은 양석환의 홈런을 바탕으로 4-2로 승리를 손에 쥐었다.
경기가 끝난 뒤 양석환은 울산까지 찾아온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는 "원정까지 멀리 와주셔서 응원해 주신 팬들께 너무 감사하다. 그래도 위닝시리즈를 하고 이동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울산에서 무언가에 씌었나 싶을 정도로 잘 계속 안 풀렸다. 마지막 타석은 아쉬웠지만, 직전 타석에서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홈런을 쳐 기분이 좋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롯데의 구승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구종은 직구와 포크볼. 하지만 양석환은 슬라이더를 공략해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그는 "분석이라는 것이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는 선수들이 내게는 체인지업도 많이 섞어 던지고 이러한 경향이 많다. 앞에 포크볼에 정타로 파울이 나와서 직구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슬라이더가 실투성으로 들어와서 잘 맞은 것 같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양석환의 개인 흐름은 썩 나쁘지 않은 편. 하지만 중심 타선으로서 침체된 공격력에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양석환은 "잘 안 풀리는게 사실이기 때문에 중심 타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것은 맞다. 투수들이 계속 잘 던져주고 있는데, 중심을 치는 선수로서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오늘도 라울에게 미안하고, (김)명신이도 이틀 동안 4이닝 정도를 막아줬는데 '날도 더운데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시즌 양석환의 홈런은 두산의 승리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다. 양석환이 홈런을 터뜨린 날 두산은 10승 1패를 기록 중. 이승엽 감독은 양석환이 홈런을 치자 당사자보다 더욱 기뻐하며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석환은 "개인적으로 안 좋을 수록 팀 세리머니를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정도의 영향력을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홈런을 쳤을 때 팀의 승률이 좋은 걸로 아는데, 수석코치님과 감독님께서 '앞으로 홈런을 많이 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앞으로도 홈런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5할이 되기 전까지 순위표를 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날 승리로 두산은 5할 승률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그리고 4위 롯데와 격차도 1경기로 줄였고, 5위 자리 또한 되찾았다. 양석환은 "하나 남았지 않느냐?"고 반문하더니 "화요일(4일)부터는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중요한 경기를 위닝시리즈로 마쳤지만, 현재 중위권 싸움이 워낙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다. 양석환은 "일단 5할부터 회복을 하는 것이 맞다. 밑을 보면 가깝지만, 위를 봐도 가깝기 때문에 (허)경민이 형과 (양)의지 형, (김)재환이 형이 '밑보다는 위를 보고 가자'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며 "계속 위를 보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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