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수능이 공정해질까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만점 6630명 나온 2015학년도 물수능
서울대 정시합격 전체 22%가 강남3구
불수능 불린 2022학년도와 비율 비슷
학원가 유착·학벌주의 우선 해소해야
‘공정 수능’과 ‘이권 카르텔’이 요즘 화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수십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고 격노하며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부터 초고난도(킬러)문항을 배제할 것을 지시하면서입니다.
하지만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에서 “다항항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그래프 등 3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 결합”(교육부) 등 2∼3개 킬러문항이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하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6월 모평 통합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히는 2022학년도 본수능 최고점(147점)보다 높았습니다.
교육당국과 입시학원의 암묵적 유착도 심각해 보입니다. 대학 전공 교수마저 10분을 넘겨서야 겨우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을 변별력 확보를 이유로 관행적으로 매년 끼워넣는 평가원이나 출제위원 경력을 돈벌이에 활용하는 전직 대학 교수, 수능 ‘만점구조시스템’을 표방하며 설립 수년 만에 대치동 학원가를 평정한 입시학원 ‘성공 스토리’가 우울한 요즘 입시현장을 방증합니다.
그렇지만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수능이 보다 공정해지고 사교육비가 줄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께서 아무리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입시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초고난도 문항을 몇 개 줄인다고 수시·정시 간 공정성 논란, 학벌·직업의 대물림 현상, 대학 간판·전공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학벌주의가 완화되진 않습니다.
이 중 만점자가 6630명일 정도로 ‘역대급 물수능’으로 통했던 2015학년도의 경우 서울 강남 3구 소재 고교에서 정시를 통해 배출한 서울대 합격생을 추려봤습니다. 전체(958명)의 22.4%인 215명이었습니다. 통합수학 최고점이 147점으로 불수능이라고 불렸던 2022학년도 수능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중 강남3구 출신 비율(22.1%)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입 성공을 위한 기회의 불평등함은 ‘초등학생 의대 진학반’이나 자사고나 특목고 강남 일반고 등 고교 서열화로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과정의 불공정 역시 ‘부모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란 우스갯소리가 웅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부 국장급 공무원으로부터 “교육부로 입직한 입장에서 한국의 교육 발전을 위해 ‘족적’은 남기려 한다”는 말을 듣고 ‘힘 없는 부처’ 교육부의 내공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불호령 일주일여 만에 교육부가 내놓은 ‘최근 3년간 수능 및 지난 6월 모평 소위 킬러문항 사례’를 보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문항 정답률이나 표준점수 분포 같은 객관적 통계 대신 “이 문제가 어렵더라”는 언론사들 보도라니요.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제발 교육부가 대통령실 대신 국민들만 바라보고 정책을 폈으면 좋겠습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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