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먹튀’ 피날레…세금은 왜 ‘부당이득’이 됐나 [탐사K/론스타ISDS]⑰
"원고 허드코 파트너스 포 코리아 리미티드(Hudco Partners IV Korea, Ltd) 외 8인, 피고 대한민국 피고는 원고들에게... (중략)...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정부 패소를 선고하는 판사의 목소리는 AI 기계음 같았습니다.
론스타에서 받은 세금 1,682억 원을 돌려주라는 선고는 단 2분 만에 끝났습니다. 이자를 포함하면 2천억 원 안팎입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론스타는 해당 투자에 대해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됩니다. 이자까지 챙겼습니다.
이른바 완전한 '먹튀'를 실현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8월 론스타에 2,800억 원과 이자를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에 뒤이은, 론스타와 20년 '악연'의 '완결판'입니다.
■ "론스타에 1,682억 원 + 이자 지급"....세금 못 받고 이자 얹어준 국세청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론스타가 제기한 세금소송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받은 세금 1,682억 원을 론스타에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정확한 사건명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의 소'입니다.
원고는 9개 론스타 투자 법인, 피고는 대한민국과 서울시입니다. 한국정부와 서울시가 론스타로부터 각각 받은 세금 1,530억 원(법인세)과 152억 원(지방소득세)을 법원이 '부당이득'으로 인정한 겁니다.
여기에 법인세의 경우 정부에 소장이 전달된 2018년 1월 10일부터 판결일까지 민법상 손해 지연 이율 연 5%, 판결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 비율로 지연손해금을, 지방소득세도 판결 이후부터 연 12%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천억 원대의 이 세금, 어떤 세금이었을까요.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법인세의 10%를 서울시가 부과한 것이기 때문에 법인세만 살펴보겠습니다.
과세 대상은 론스타가 투자했던 스타리스앤 파이낸스, 극동건설, 외환은행 일부 지분(13.6%)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양도소득과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투자에서 받은 배당소득입니다. 이 소득에 대해 국세청은 2012년 법인세 1,763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10월 12일 대법원은 이 법인세가 잘못 부과됐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은 228억 원만 환급했습니다. 그러자 론스타가 돌려줘야 할 돈을 안 주고 정부가 '부당이득' 을 챙겼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법인세는 왜 취소됐고, 국세청은 대법원이 취소하라는 세금을 왜 안 돌려주고 버텼을까요.
■ 세금은 왜 '부당이득'이 됐나
동일한 소득을 놓고 징수 방식과 납세자의 성격에 대해 국세청의 판단이 오락가락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대법원이 취소한 법인세는 2012년 부과된 것이지만 국세청이 당초 이 소득에 대해 세금을 받은 건 2007년입니다.
2007년 국세청은 양도 수익과 배당 수익이 론스타에 지급된 시점에 세금을 원천징수했습니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론스타는 '한-벨기에 조세협약'을 근거로 '비과세' 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정부는 원천징수한 벨기에 법인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른바 '도관 회사'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실제 투자자 9개 법인을 찾아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며 일부 법인엔 법인세를 또다른 일부엔 소득세를 새로 부과했습니다. 이어 2012년에는 법원 판단에 따라 일부에 부과한 소득세를 또 취소하고 최종적으로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원천징수(2007년, 1,860억 원)했던 세금을 고정사업장 과세, 즉 법인세와 소득세로 변경해 새로 부과(2008년, 2,200억 원)하고, 또다시 최종적으로 법인세를 부과(2012년, 1,760억 원)하면서 과세액도 변했습니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 징수방법과 과세액을 수차례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은 취소한 세금을 돌려주고 다시 받은 것이 아니라 당초 받은 원천징수세액으로 공제하고 충당하기를 반복했습니다.
2017년 대법원이 론스타의 국내 고정사업장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법인세를 취소하라고 최종 판결하자 국세청은 이번에도 1,530억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228억 원만 돌려줬습니다.
론스타는 국세청이 환급을 거부한 1,530억 원에 대해 정부의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국세청은 법인세가 취소됐기 때문에 당초의 원천징수세액이 되살아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론스타가 소송을 통해 반환을 청구한 것은 '법인세'이지 '원천징수세액'이 아니라는 론스타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결국, 국세청이 받은 세금은 '부당이득'으로 결론 났고, 이 돈을 포함해 지방소득세 152억 원까지 고스란히 돌려주게 됐습니다.
■ 론스타의 '먹튀' 피날레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돼 세금 1,682억 원을 돌려주면 론스타는 해당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됩니다. 그야말로 '먹튀'를 실현하는 겁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론스타가 세금 한 푼 안 내고 '먹튀'하게 된 이면에는 국세청이 원천징수와 고정사업장 과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탓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새로운 과세처분이 가능한지, 또 이제부터 원금에 부과될 12%의 지연이자를 감안해 어떤 소송 전략이 현실적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8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에 부당하게 개입한 책임을 물어 론스타에 손해배상금 2,800억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론스타는 부실채권 투자로 시작해 한국에서 10조 원, 외환은행 투자로만 4조 6천억 원의 이익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국제중재 배상금 3천억여 원과 이번 세금 소송 승소금까지 더하면 5천억 원을 더 받아가게 됐습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신청과 이번 세금 재판 판결에 항소할 경우, 결과에 따라 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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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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