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자판호 발급이 다가 아니다… 유리하게 활용하려면

이재현 기자 2023. 7.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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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끊겼던 외자 판호를 발급받은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이 최근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등도 중국 재진출 막바지 준비에 분주하다.

중국의 판호 발급이 한국 게임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조로 풀이되는 가운데 국내 신작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외자 판호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게임사와 정부가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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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끊겼던 외자 판호를 발급받은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이 최근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등도 중국 재진출 막바지 준비에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끝난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게임사들에겐 거대 시장인 중국 재진출이 긍정적 신호지만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국 시장이 지난해 유례 없는 불황을 맞고 해외 게임보단 자국 게임에 눈을 돌리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업계에선 중국 게임 시장이 신규 유저보단 기존 유저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판호 발급이 한국 게임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기조로 풀이되는 가운데 국내 신작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시장내 '깐깐한 고객'의 입맛을 맞춰야 한단 점도 국내 게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의 게임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인 지우링허우(90년대생)과 링링허우(00년대생)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궈차오'(애국소비·중국+열풍의 합성어)다.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 자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이들은 중국 기업 기반 소비를 선호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통제 이후 열기가 거세진 궈차오는 게임 등 산업 전반으로 퍼졌다.

중국의 2022년 게임 매출(한화 약 48조5716억원)에서 자국 게임사 매출은 약 40조6238억원으로 83.6%에 달했다. 중국 게임은 해외에서도 선전했다. 지난해 중국 게임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약 21조4223억원으로 2년 전(16조8000억원)과 견줘 27.5% 증가했다.

이는 게임시장에서도 포착되는 중국 유저들의 궈차오 열풍이 단순히 맹목적인 애국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게임 경쟁력이 해외시장과 견줄 정도로 강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업계에선 중국 게임의 완성도와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이 국내 게임을 넘어섰단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국내 게임이 글로벌 게임 매출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반면 텐센트의 '왕자영요'와 호요버스 '붕괴 스타레일'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불확실하고 자국 중심으로 뭉친 중국 시장 진입은 과거와 달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전부터 한중관계에서 변수가 생기면 게임업계의 애를 태웠다. 2020년 넥슨이 텐센트와 함께 출시를 준비하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갑작스레 출시가 취소된 이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이 논란되자 국내 게임사들은 판호가 취소되거나 출시가 미뤄질까 전전긍긍했다.

중국의 외자 판호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게임사와 정부가 각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궈차오가 만연한 중국인들의 틈새를 노릴 수 있는 게임성이나 완성도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외자 판호 발급만으로 게임의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화 콘텐츠나 샤오홍슈, 도우인 등 중국 SNS에서 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는 게임 IP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판호 발급 재개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다. 국내 게임이 중국 게임 산업을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지 않도록 행보를 경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 게임 업계 전문성을 가진 기관을 설립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 육성에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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