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시대 임박?…"아직 멀었다" 전문가들 회의적인 이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내년 완전 자율주행 정식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상용화 시점은 멀었다고 지적한다. 각 국가마다 자율주행 법 규제가 제각각이고,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앞으로 각 기업들의 자율주행 관련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달 내년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FSD(자율주행 소프트웨어) V12가 '베타' 이름을 빼고 출시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현재 미국에선 일부 테슬라 운전자만이 레벨3 이상 FSD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미국자동차기술협회(SAE)는 레벨4부터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단계로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FSD를 정식 배포해도 이를 쓰기 위해서는 제약 조건이 많을 것으로 봤다. 불필요한 관련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다. 올해 3분기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담긴 EV9을 출시할 예정인 기아는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서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제한을 걸었다.
시장에선 2030년 부근에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전략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5년 즈음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봤고 이때까지 약 59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로 최근 기술 표준안을 제정했다.
다만 이같은 상용화 시점도 더 밀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관련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기업의 투자가 끊겨 파산에 이른 스타트업이 전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다. 테슬라도 자율주행 부문 수익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아르고AI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르고AI는 한때 구글의 웨이모, GM(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와 함께 미국의 3대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불렸다. 2016년 창업한 아르고AI는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총 36억달러(약 4조9856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올해 초엔 자율주행 트럭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엠바크(Embark)'가 자금난에 빠져 전체 직원의 70%를 감원하기도 했다. 기업 청산 위기까지 갔던 엠바크는 지난달 가까스로 또 다른 자율주행 서비스 업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Applied Intuition)'에 인수됐다.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 확실한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은만큼 수시로 기업의 '돈 수혈'이 필요하다. 크루즈는 유료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행한 지난해 2분기 하루에 500만달러(약 69억원)씩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GM은 지난해까지 크루즈에 50억달러(약 6조5075억원)를 투입했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합작설립한 자율주행 법인 모셔널은 지난해 7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모셔널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2315억원, 2021년 516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포티투닷도 지난해 5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5% 급증한 수치다. 포티투닷은 2019년 설립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의 SDV(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 포티투닷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한영훈 현대모비스 EC랩장 상무는 "(기업의) 투자가 자율주행 상용화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다운턴(경기침체)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투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존에 시장이 기대했던 시기보다 조금 늦춰질 것 같다"고 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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