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관찰국' 불안한 외화보유고, 한일 통화스와프로 해결?
[편집자주]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올 하반기 원화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위안화 약세 등 여러 변수에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재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변동성이 큰 환율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① 8개월 만에 11% 떨어진 달러… 원화 강세 하반기까지 간다
② 엔화 약세에 뜨거운 '엔테크'… 지금 사도 될까
③ 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2.25%p까지?… 시험대 오른 이창용
④ '환율 관찰국' 불안한 외화보유고, 한일 통화스와프로 해결할까?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이 8년 만에 체결됐다. 지난 3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6월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8차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엔화는 국제 교역과 금융 거래 등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처럼 활발하게 사용되는 준기축통화인 만큼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단순한 '보험' 성격에서 나아가 한국의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 반면 엔화 약세에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이 발생할 경우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에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도 통한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70억달러 규모로 시작돼 2011년엔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가 2015년에는 더 이상의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통화스와프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특히 무역 부문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통화스와프 자금을 무역대금으로 활용해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926조1000억원의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때 마련해야 하는 외화유동성뿐 아니라 양국 간 무역대금 결제 등 일상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양국 중앙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자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는 설명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과의 교역에 있어 엔화 자금을 활용하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시기 등) 만약의 사태 때 수입과 관련한 자금을 일본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활용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외환시장 불안 때문에 통화정책을 대한민국 사정에 맞게 마음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다소나마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적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이전보다 강해졌고 엔화 위상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엔화 통화가치의 급락이 부각되며 준기축 통화 지위마저 흔들렸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점도 양국 통화스와프 무용론의 근거로 꼽힌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267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은 양국 경제 관계 회복이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엔화의 국제적 위상이 달러만큼 크지 않고 엔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 등을 봤을 때 한국의 경제에 가져다주는 실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시장 교란에 대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은 스위스, 캐나다, 호주, 중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달러를 찍어 공급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가동이 금융시장 안정에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 급등과 외환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장 시급하다"며 "달러를 중심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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