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2.25%p까지?… 시험대 오른 이창용
[편집자주]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올 하반기 원화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위안화 약세 등 여러 변수에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재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변동성이 큰 환율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① 8개월 만에 11% 떨어진 달러… 원화 강세 하반기까지 간다
② 엔화 약세에 뜨거운 '엔테크'… 지금 사도 될까
③ 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2.25%p까지?… 시험대 오른 이창용
④ '환율 관찰국' 불안한 외화보유고, 한일 통화스와프로 해결할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 하반기 두 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실제로 이뤄지면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최소 2%포인트 이상 높아진다.
이미 한·미 간 금리 차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의 역전 폭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전대미문의 한·미 금리 역전 차에도 한은으로선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마음대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어려워졌다. 진정세를 보이는 물가를 완전히 안정화하기 위해 시중의 유동성 자금을 거둬들이는 통화정책을 펼치기도 부담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에 대한 목소리는 커진다. 수출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 악화도 심화하고 있다. 오는 7월13일 올 하반기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총재는 2022년 4월21일 취임한 이후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 미 연준이 지난해 5월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에 이어 6, 7, 9, 11월 등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인상)을 밟으며 금리 인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던 때다.
당시 한은은 2022년 7월과 10월 두 번의 빅스텝을 포함,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올 1월 기준금리는 3.5%로 올라섰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불과 1년 2개월 만에, 2008년 11월(4.00%)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이다.
이런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에 지난해 7월 7.4%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올 5월 3.3%로 떨어졌다. 하지만 계속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유가와 곡물 가격 급등으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
미 연준은 최근 개선되고 있는 고용지표를 근거로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미국)는 전월대비 33만9000명 늘었다. 4월(29만4000명)과 월가 예상치(19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를 나타냈다. 2021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지만 연준의 목표치였던 2.0%보다는 높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5.3%)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올해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실제 FOMC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올 연말 금리 전망치를 5.6%(중앙값)로 기존보다 0.5%포인트 올려 잡았다.
이는 현재 5.00~5.25%인 기준금리를 5.50~5.75%까지 올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말 금리 수준과 관련해 18명의 FOMC 위원 중 9명은 5.50~5.75%, 2명은 5.75~6.00%, 1명은 6.00~6.25% 등으로 전망했다.
이에 당장 7월25~26일(현지시각) 열리는 연준의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재개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6월29일 오전 9시30분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81.8%로 예상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18.2%)의 약 4.5배에 달한다.
다만 페드워치는 한 차례 금리 인상 이후 올 연말까지 최종금리를 5.50% 선에서 동결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덩달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1200원대로 진입했던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 이후 1300원대로 다시 상승했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위안화 약세와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넘어섰다"며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나면 환율이 1300원대에서 내려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하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1280원에서 1300원 사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물가의 재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기 마련이다. 이 경우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반대로 수입 물가는 올라 겨우 잠재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6월1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4조630억원을 사들였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매파적(금리 인상) 발언 이후인 6월19일부터 27일까지 8일 간 외국인은 약 1조1640억원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이창용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양국 금리 역전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시중의 중론이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전망' 발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직전(올해 3월)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 중에 하나로 근원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고금리를 꼽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1.4%에서 1.1%로 내려잡았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로선 한·미 금리 차 확대를 막기 위한 추가 인상을 결정할지 경기회복과 금융불안을 감안해 금리 동결을 유지할지를 두고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당장 7월13일에 열리는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를 두고 시중에선 다양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는 게 필수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민간 소비 덕에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한 것에 그쳤다는 게 주요 근거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가계 빚과 소상공인 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터질 위험성이 제기되는 것도 근거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부터 감소세를 지속해 올 3월 말 기준 1739조5000억원으로 집계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올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033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했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올 9월 말 끝나고 10월부터 차주와 금융사 간 상환계획서에 따라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3%로 전년 동기(0.56%)보다 0.27%포인트 뛰었다. 자영업자 연체율 역시 1%에 달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금리 차 2%포인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전 폭인데다 한국 수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상당한 불안요인이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고 성장률이 악화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차 확대에도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0년 단골인데 참담"… 전주 명물 '당근김밥' 마지막 영업 '인산인해' - 머니S
- "이혼해도 우리는 부모"… 조윤희·이동건의 '딸 사랑' - 머니S
- '명품백' 오염시킨 알바생 "700만원 전액 배상하라는데…" - 머니S
- 42세 배우 이인혜, 치과의사 남편과 결혼 11개월만에 '임신' - 머니S
- 월세 아까워서… 비행기로 통학한 대학원생, 총 얼마나 썼나? - 머니S
- 암 유발 가능성? 막걸리·펩시제로 속 '아스파탐' 뭐길래 - 머니S
- 이시영, 장마철 감각적이고 캐주얼한 레인부츠 룩 - 머니S
- [Z시세] "비가 와도 공 차요"… 골 때리는 2030 여성들 - 머니S
- [르포] "폭우 속 4시간 대기도 좋아"… 파이브가이즈 '버거런' - 머니S
- "1년 따라다녔다"… '12세 연상♥ 열애설' 화사, 과거 발언 재조명 -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