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스탄]③제2의 'KB 카자흐 사례' 주의(끝)

개척 시장 정치·경제 리스크…시장 전망 잘 따져야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금융사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 리스크, 향후 시장 전망, 현지화 전략 등 치밀한 검토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고, 개척 단계인 시장일수록 신중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국내 금융사의 지속적인 수익원 확대·다양화와 현지 시장의 금융 선진화 달성에 도움이 되지만, 진출 초기 단계의 시장 리스크 관리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

그렇지 않으면 자칫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진출 실패 사례를 반복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BC) 투자 사례는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은행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 지분 13.89%를 약 800억원에 인수해 5년 만인 2008년에 약 3천670억원으로 팔아 큰 차익을 거두면서 해외 진출 영역을 넓혔다.

다음 스텝은 중앙아시아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에서 5위 규모 금융사였던 BCC의 지분 41.9%를 약 9천541억원에 사들이며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을 취급하는 BCC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KB금융의 해외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원 대국인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갔고, 차입자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해 실질 연체율이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지난 2010년에는 2천370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극심한 영업 부진에 시달렸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KB국민은행에 BCC 투자와 관련한 종합검사를 벌였다. '장기적으로 은행에 도움을 주는 투자'라고 호언장담한 강정원 당시 KB국민은행장은 결국 투자 책임을 지고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받아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가 추가 자본금 투입을 요구했지만,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KB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진출 9년 만인 지난 2017년 BCC의 장부상 가치를 1천원으로 손실 처리하고 전체 보유 지분을 현지 테스나(Tsesna) 뱅크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1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휴지 조각으로 처분한 셈이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 실패는 부실한 자산 실사와 국제 사업 경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이후 KB금융의 여러 인수합병(M&A)과 해외 사업에 큰 영향을 줬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