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에 뜨거운 '엔테크'… 지금 사도 될까

이지운 기자 2023. 7. 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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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질주하는 '원화'②] 日 증시 30년 만에 최고치… 일학개미도 급증

[편집자주]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올 하반기 원화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위안화 약세 등 여러 변수에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재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변동성이 큰 환율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일장기 위에 놓인 엔화./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8개월 새 11% 떨어진 달러… 원화 강세 하반기까지 간다
②엔화 약세에 뜨거운 '엔테크'… 지금 사도 될까
③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시험대 오른 이창용
④환율 관찰국' 불안한 외화보유고, 한일 통화스와프로 해결할까?
엔화 가치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자 '엔테크'(엔화+환율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환차익을 고려한 엔화 매수와 예금, 엔화 ETF(상장지수펀드)는 물론 유동성 효과에 강세를 보이는 일본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현상 속에 지금이 투자적기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향방은 일본의 통화정책과 미국 금리정책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100엔당 1000원 수준이던 원/엔 환율은 6월19일 장중 한때 800원대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는 배경엔 일본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있다. 일본은행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6월16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도 0% 수준에서 유지키로 했다. 이 때문에 일본과 미국 등의 금리차이가 벌어져 엔저를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열풍'… 엔화예금·ETF 활용까지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예금 잔액은 6월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약 7조3875억원)으로 전달(6978억5900만엔) 대비 16%(1131억1400만엔·약 1조243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잔액(5862억3000만엔·약 5조3400억원)보다 38% 급증한 수치다.

투자자들이 가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엔화 투자 방법으론 환차익이 있다. 엔화를 싸게 매수했다가 원/엔 환율이 올랐을 때 되파는 방법이다. 이는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을 통해 환전 보관 서비스 이용을 고려하면 좋다.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환율 우대도 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4대 은행의 5월 기준 엔화 매도액(은행이 고객 요구로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 금액)은 301억6700만엔(약 2748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228억3900만엔·약 2080억5000만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32%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2억8500만엔·약 572억5300만원)에 비해선 5배 늘어난 규모다. 역사적인 수준으로 저렴해진 엔화를 미리 사놓았다가 향후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엔화예금의 경우 원화로 입금하면 엔화로 환전돼 통장에 쌓이며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연계 증권사를 통해 일본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고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미리 엔화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환전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엔화로 바로 들 수 있다.

시중은행 엔화예금 상품은 일반 예금상품처럼 은행 창구뿐 아니라 각 은행의 앱과 웹페이지에 마련된 외화예적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비대면으로 손쉽게 가입 가능하다.

엔화를 환전하거나 예금통장을 개설하지 않고 환테크를 할 수 있는 엔화 ETF도 인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22일 종가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타이거) 일본엔선물 ETF' 순자산은 60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상품은 원/엔 환율을 기초로 하는 '엔선물 지수'를 추종한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 연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ETF다.

연초 이후 22일까지 해당 ETF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487억원이다. 최근 엔화 가격이 8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하면서 6월 들어 개인 순매수가 415억원 몰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개인 순매수 규모(157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본 증시도 훈풍" 직접투자도 관심↑


엔화로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일본 증시에는 주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 일본의 경제 재개,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30%가량 급등하며 전 세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액은 6월22일 기준 약 4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지난 2021년 9월 약 4조원을 나타냈던 최대치를 약 1년9개월 만에 경신했다. 6월 개인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약 950억원으로 월별 기준 2021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그만큼 일본 주식을 많이 사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달(5월24일~6월23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ETF로 나타났다. 이 기간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약 400억원 규모다. 앞으로 미국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가 오를 때 환차익을 동시에 얻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2위는 순매수 금액 367억원을 기록한 '글로벌 X 일본 반도체' ETF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모아놓은 이 상품은 최근 반도체 업종이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수혜를 보고 있어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엔테크 투자 적기? 급격한 엔저 현상 "변수에 주목해야"


역대급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급격한 엔저 현상에 따른 일본 재무당국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기록적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엔화 약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6월26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면서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금융당국은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6엔을 넘기자 일본 금융당국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입에 나섰다. 당시 정부의 시장 개입 직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2엔까지 하락하며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 역시 지나친 엔화 약세를 견제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현재 환율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일본 중앙은행이 10년물 장기국채 금리를 거의 0%로 묶어두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수정 등 조만간 금융완화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YCC는 장기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국채 수익률을 유지하는 양적완화 정책이다. YCC 수정은 일본 중앙은행 정책 기조인 대규모 금융완화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일본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에서 섣부른 긴축이 물가 목표치 달성에 부정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규모 금융 완화에 따른 부작용 검증에 착수한다고 밝혔던 만큼 향후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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