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도 젊은 리더십의 시대" 장미란 차관에게 거는 기대

전영지 2023. 7. 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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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 역도 레전드'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깜짝 발탁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4개월 만에 사실상 첫 개각과 함께 12명의 차관을 교체했고, 이중 장 교수의 발탁은 주말 내내 체육계와 정치권의 화두였다. 누가 추천했는지, 인사의 의미는 무엇인지, 장 신임 차관의 정치 성향을 놓고 여야에선 설왕설래가 오갔다.

정치권에서 그녀의 정치 성향을 뭐라 해석하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장 차관은 태극마크를 단 이후 지난 20년간 올림피언, 스포츠학도의 한길을 오롯이 걸어온 체육인이자 학자다. '30대 젊은 리더십'을 대변하는 장 차관 임명이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던진 의미는 대단히 크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 직후 '각 분야의 이권 카르텔을 깨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권 카르텔에 과감히 맞서 싸워 달라.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를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했다.

스포츠계 역시 다르지 않다. 편 가르기, 줄서기 문화는 여전히 상존한다. 최근 충청권 U대회 창립총회를 둘러싸고 충청권 4개 시도, 대한체육회, 문체부가 갈등을 빚은 일련의 과정에서 인사 관련 힘겨루기에 비판과 잡음도 일었다. 어느 세력, 어느 세대, 어느 정치권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품격과 실력을 갖춘 '월드클래스 체육인' 장 차관에게 기대하는 바 역시 젊고 올곧은 리더십으로 체육계의 균형을 잡고, 새 희망의 길을 열어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장미란재단 이사장' 장미란 차관이 2016년 리우올림픽 직후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직접 기획하고 개최한 '리우에서 돌아온 우리들의 밤' 행사. 메달리스트들만 뜨거운 주목을 받는 올림픽 직후,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투혼 넘치는 경기로 감동을 준 태극전사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서로 격려하는 따뜻하고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 5월 더반세계탁구선수권에서 여자탁구 12년 만의 메달 확보 후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IOC위원)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전지희-신유빈조.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진종오-이상화 2024강원청소년올림픽 공동조직위원장. 사진제공=강원2024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초' '39세 역대 최연소' 장 차관과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을 함께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 이제 막 마흔에 접어든 젊은 리더들이 연대해 대한민국 체육의 새 길을 모색할 기회다. 대한탁구협회장으로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승민 IOC위원, 2024년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위원장으로 활약중인 '사격황제' 진종오와 '빙상여제' 이상화 등이 이미 전면에 나서 있다. 이들뿐 아니라 '수영 레전드' 박태환은 인천 송도 박태환수영장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고, '피겨 여제' 김연아는 '김연아 키즈'의 멘토로서, 평창기념재단을 통해 꿈나무를 키우며 2024 강원유스올림픽 집행위원, 홍보대사로도 일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를 비롯 많은 이 세대 올림피언들이 이미 '장미란재단'을 통해 선한 연대를 이어왔고, 현재 스포츠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후배를 양성하는 한편 기업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나눔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 최전성기를 이끈 이 세대 리더들에겐 체육계 혁신을 스스로 이끌 의지와 힘, 나누고 보듬을 포용력과 균형 감각이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선배들의 혹독한 훈련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세계 정상에 오른 이들은 위, 아래를 모두 이해하는 스펙트럼을 지녔다. 선배들의 꼰대스러움도, MZ세대 후배들의 자유로움도 두루 포용하고, 선배들의 경험과 후배들의 패기 등 장점을 취해 신구 조화를 도모하고, 세대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대한민국 체육의 반듯한 새 길을 찾아낼, 유연한 역량이 바로 이들에게 있다. 이 '황금 세대' 체육인들이 겪은 세상은 이전 세대들과 다르다. 이들이 이끌 체육계도 이전 세대와 다를 것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젊은 리더십을 선두에서 이끌어갈 장 차관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국기에 경례하는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상 모든 일은 능력과 감각, 태도와 품격의 문제일 뿐 나이는 많든 적든 숫자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리더들을 봐도 나이 마흔은 결코 어리지 않다. 산나 마린 핀란드 여성총리는 1985년생, 2019년 취임 당시 34세, 현재 37세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47세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IPC)위원장은 46세다. '39세' 장 차관의 깜짝 발탁과 관련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강력하게 천거했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랜 기간 호감을 이어왔으며, tvN 인기예능 '유퀴즈온더블럭' 출연 후 장 차관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특강이나 개인적 만남을 통해 장 차관을 접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그녀의 인품과 실력을 인정하고 칭찬했다는 후문이다. 장미란 차관은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4일 세종시 문체부 청사에 첫 출근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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