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불체포특권 포기’ 말 뿐이었나… 1호 혁신안 일주일 넘게 공전만

김승환 2023. 7.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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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골자
당내 논의 일주일 넘게 지지부진
‘꼼수 탈당 근절’ 2호안도 곧 발표
결과물 없이 혁신안만 남발땐
동력 상실… 당과 소통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골자로 내놨던 1호 혁신안이 길을 잃은 모양새다. 1호안 수용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의가 일주일 넘게 지지부진하면서다. 이런 와중에 혁신위는 조만간 꼼수 탈당 근절을 골자로 한 2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결과물 없이 혁신안만 남발될 경우 결국 ‘말잔치’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1호 혁신안에 대한 당내 논의가 공전하는 데 대해 “금요일(지난달 30일) 의원총회가 너무 빠듯하게 진행돼서 혁신안을 그때 보고하려고 했는데 충분하지 않았다”며 “추후 의총에서 아마 보고가 있을 것이고 논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일본이 우리의 바다를 오염시키려고 하면 당당하게 ‘(방류)하지 마라, 안전성 검증 같이하자’고 말해야 주권국 아니겠느냐”며 윤석열정부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애초 지난달 30일 민주당 의총에서 1호 혁신안이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혁신위 측은 의총 당일 “의원들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를 잘 이해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좋은 결론을 낼 거라 믿는다”고 밝히기도 한 터였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을 발표했고, 당 지도부는 같은달 26일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혁신위 제안을 존중한다”며 “소속 의원의 총의를 모아 나가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불체포특권이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란 이유를 들면서였다. 결국 1호 혁신안 수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의총으로 떠넘긴 셈이 됐다.

그사이 의원들 사이에서는 1호 혁신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불체포특권 문제를 짚는 건 당연하겠지만 ‘서약’이란 형태는 불필요한 잡음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의원 개개인에게 서약을 받고자 하면 일이 복잡해진다”며 “의총에서 혁신안 취지에 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호 혁신안을 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2호 혁신안이라는 ‘숙제’를 또 하나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호 혁신안은 꼼수 탈당을 겨눈 것이다. 혁신위는 현재 비위 인사가 당 조사·징계 절차 시작 전 자진 탈당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안을 논의 중이다.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논란으로,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돈봉투 의혹에 자진 탈당하면서 꼼수 탈당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호에 이어 2호까지 당내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혁신위가 금세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당 일각에서 혁신위에 ‘당과의 충분한 소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 사무총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혁신위가 당의 의견을 충분하게 듣기 위해 당원이나 필요한 경우 지도부와 소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소통을 통해서) 건설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이한열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당 혁신 핵심은 도덕성 회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2일 “민주당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말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데다 무소속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논란 등 당의 도덕성 리스크를 겨냥한 발언이다.

소수 의견을 말하면 ‘수박’(겉은 푸른 민주당 소속이지만 속은 붉은 국민의힘과 같다는 혐오 표현)으로 매도되는 당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2박3일간 호남을 찾은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민들이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을 느낀다”며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통해 민주당의 가치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쓴소리로 견제구를 던진 것은 귀국 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겨냥해서도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정부는 무능한 데다가 독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묘역 참배에는 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 등 100명 이상이 모여 친낙(친이낙연)계 세 결집을 과시했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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