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출 회복 아직인데"…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앞두고 '발동동'
9월 정부 대출 상환 유예 조치 만료 예정…"최소 1년 연장해야"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한 달에 원리금이랑 이자만 300만원 정도 내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한달에 440만원이니 직원 인건비를 포함하면 1000만원에 가까운 고정비가 나가는 셈이네요. 이러니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을 수 밖에요."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60대 사장 한모씨는 엔데믹에도 매출 회복이 요원하다며 대출 상환 부담으로 잠 못 이루는 날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코로나 때 살기 위해 받은 대출이 이제는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며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속옷을 판매하는 50대 사장 김모씨는 "여기서 장사한 지가 4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힘들었던 때가 없었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번달 만해도 앞집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매달 겨우 월세를 내고 연명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9월 정부의 대출 상환 유예 조치 만료를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8년 만에 사상 최대치로 불어나면서 '부실 폭탄'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분기(1019조9000억원) 대비 13조9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6조3000억원으로 전분기(4조1000억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전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지난해보다 빨라졌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로, 전분기(0.65%) 대비 0.35%포인트(p) 높아졌다.
설상가상 정부가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실시한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9월 만료된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대문에서 남성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때 생활자금 대출과 미소금융 대출을 받았고 상황이 어려워져서 집도 작은 곳으로 이사했다"며 "빚을 갚고 나면 겨우 먹고사는 수준이라며 재난지원금이라도 한 번 더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속옷가게를 하는 김모씨(50대)도 "1월부터 일부 대출은 원리금을 갚고 있다.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려고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절됐다"며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자만 낼 때보다 8배 정도 더 내고 있어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신평화시장 내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모씨는 "공실률이 20% 수준이다. 예전에는 상인들이 권리금을 내고 입점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권리금이 사라진 오래됐다"며 "중국 상인들이 돌아와야 하는데 내수에만 의지하는 상황이다보니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폐업 소상공인을 보다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엔데믹 선언을 했다고는 하지만 매출 회복 등 실질적 변화가 있으려면 최소 6개월은 필요하다. 코로나 피해 회복을 하기도 전에 삼중고에 에너지비용 부담, 인건비 상승까지 부담이 커졌다"며 "원금 상환 조치가 만료되면 겨우 버티던 소상공인들이 줄폐업할 수 있다. 최소한 1년 정도는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은 정부가 자금지원, 대출상환 유예 등으로 자금지원을 해주면서 '조금만 버티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지만 이제 정말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며 "폐업 시에는 대출을 일시상환해야 해 부담이 크다.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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