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볼’로 변화하는 美 사회… 한인 정체성 더 중요해져”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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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한인 부모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국 속 한인 2, 3세들이 미국 시민인 동시에 한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황 교장을 비롯한 한인 교육자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황 교장의 바람은 이민 역사가 120년을 넘고, 동맹 역사 역시 70년을 맞이한 만큼 이제는 한인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미국 사회 내에서 더 넓은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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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부모와 소통 위해 한국어 배워
최근엔 곳곳서 한국 노래 부르고 대화
한인들 주류 사회 정치력 더 신장돼야”
황현주(63·사진) 미국 뉴저지주 한국학교 교장은 2일 세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멜팅포트(여러 민족이 모여 동화되는 것)에서 샐러드볼(민족 고유성을 유지한 공동체)로 바뀌어 가는 미국에서 오히려 정체성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1970년대 황 교장이 16세 나이로 처음 미국에 이민했을 당시 많은 한인 가정이 “주류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빨리 영어를 배우고, 밖에서 한국말은 쓰지 말라”고 가르쳤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예전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서일 뿐 정체성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 4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분홍 한복을 입고 백악관에서 한국어로 ‘아리랑’을, 영어로 뮤지컬 ‘애니’의 ‘투모로우’를 불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 직원들의 찬사를 받았던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 합창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황 교장은 아이들이 한국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백악관에 다녀온 한 어린이가 “엄마, 나는 눈이 크고 예쁜 미국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는데 이젠 안 부러워. 내가 ‘코리안’이니까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어”라고 말했다는 것을 학부모에게 전해 듣고 황 교장은 본인의 생각이 맞았다고 느꼈다.
미국 속 한인 2, 3세들이 미국 시민인 동시에 한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황 교장을 비롯한 한인 교육자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40년 전인 1982년 10월 설립해 이듬해인 1983년 1월 문을 연 뉴저지 한국학교도 그중 일부다. 지금까지 졸업생은 약 800명, 학교를 거쳐간 아이들을 합하면 더 많다. 미국 학교를 다니면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한국학교에 와서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 노래도 부른 한인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을 다시 한국학교에 보낸다.
황 교장의 바람은 이민 역사가 120년을 넘고, 동맹 역사 역시 70년을 맞이한 만큼 이제는 한인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미국 사회 내에서 더 넓은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백악관에서 어린이 합창단원들을 반갑게 맞아 줬던 두 명의 한인 보좌관을 만난 그는 백악관에 온 어린이들이 그들을 통해 ‘나중에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겠다’는 꿈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이 한인 1.5세로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시아태평양계 정책 고문이 된 한나 김이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기억하는 황 교장은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정치력도 신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자인 그는 미국 학교에 한인 출신 교사가 늘어나는 것도 한인 청소년들의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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