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서사는 이념대결의 승리가 아닌 관심과 환대” [심층기획-한·미동맹 70주년]
‘한인 공동체’ 다큐 제작 전후석 감독
6·25전쟁이 낳은 입양아·국제결혼여성
LA폭동 때 터전 잃고도 美 발전 기여
IMF 등 고국 위기 땐 ‘금모으기’ 동참
양국 동맹 근간, 반공주의 그쳐선 안돼
이주민·난민 등은 차별 아닌 환대 대상
차기작에 ‘삼중 정체성’ 조선족 등 구상
“중국인·한민족·남북 갈림길 흥미로워”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서사가 아닌, 타인에 대한 환대 정신을 몸소 체험하고 실현하는 이민자들과 디아스포라를 통해 한·미동맹 70주년의 서사에 대해 곱씹고 싶었습니다.”
한인 디아스포라에 천착해 온 전후석 감독이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CHOSEN) 제작 후 한국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디아스포라는 원래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며 정체성을 지켜 나가던 이산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최근에는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교포는 물론이고 이주노동자, 해외입양자 등이 모두 디아스포라로 묶일 수 있는 셈이다.
전후석 감독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힘과 서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전후석 감독 제공 |
전 감독은 “한·미동맹의 근간이 됐던 6·25전쟁에서 미군의 역할, 미국의 경제·안보적 지원에 힘입어 압도적인 성장을 지속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세계적 지위에 초점을 둔 서사가 종종 등장한다”며 “그런 서사가 사실에 기반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고, 분명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2023년 현재 한·미동맹의 근간이 오로지 반공주의나 그와 비슷한 어떤 것에 그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바와 미국의 이야기를 그린 전 감독의 시선은 이제 좀 더 한국과 가까운 곳으로 향하는 듯하다. 그는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북한·재중 동포 등이 흥미롭다”고 답했다. 그는 저서 ‘당신의 수식어’를 통해 그가 연변에서 만난 조선족들이 스스로를 사과도 배도 아닌 ‘사과배’로 칭한 것을 소개하며 중국인이면서도 한민족으로, 동시에 남북한 사이에서도 선택을 강요받는 삼중 정체성을 지닌 조선족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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