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패널값 오르니 TV 생산량 늘리는 中… 물량 공세에 삼성·LG전자 대응 고심

최지희 기자 2023. 7. 3.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CD TV 패널값 바닥 찍고 50% 이상 상승
中 TV 업계, 패널값 더 오르기 전 재고 비축
내수 시장 수요 더해져 출하량 급증
韓 TV 업계는 수요 부진에 재고 건전화 집중
“韓·中 TV 업계 갈 길 달라…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
중국 TV 회사 하이센스의 올 2분기 LCD TV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1%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하이센스 웹사이트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중국 TV 업체들이 불황에도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패널값이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TV를 찍어내 비축해 놓겠다는 심산이다. 내수 시장 수요를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LCD TV 시장 지배력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전통의 TV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신규 프리미엄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9월 바닥을 찍은 뒤 올 6월까지 50% 넘게 올랐다. 올 6월 55인치 4K LCD 패널값은 작년 9월(81달러)보다 52% 오른 128달러를 기록했다. 65인치 4K LCD 가격도 최저값(106달러)에서 56% 상승한 172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원가 이하로 떨어진 패널값이 업계의 공급 조절 영향으로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패널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패널 제조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제히 감산에 돌입, 공급량을 줄여왔다. 올해 들어 LCD 패널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으나, 여전히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는 못해 패널 업체들은 올 하반기에도 공급을 조일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패널값이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TV 업체들은 제조 원가가 더 오르기 전에 TV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 축제’를 통한 내수 진작 효과까지 겹쳐 일부 중국 업체의 올 2분기 TV 출하량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TV 출하량은 뒷걸음질 쳤다. 수요가 부진하자 생산을 더 늘리기보다는 재고 건전화에 방점을 두고 물량 조절에 나선 영향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TV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출하량은 800만대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 분기보다 13% 감소했다. 출하량 2, 3위는 중국 업체 하이센스(725만대)와 TCL(620만대)로, 지난 분기 대비 각각 21.2%, 19.7% 급증했다. 그 뒤를 잇는 LG전자의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2.3% 감소한 499만대로 집계됐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중국 TV 업체들은 저가 물량 공세로 LCD TV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 출하량 전망치는 줄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 전망치는 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TV 수요 대부분이 저가형 모델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북미 지역에서도 중국 업체 하이센스 제품을 비롯한 저가 모델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수요가 부진한 데 비해 중국 시장은 어느 정도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며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은 TV를 많이 찍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업체 간 LCD TV 경쟁력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TV의 성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중국 LCD 패널 업체와 TV 세트 업체의 시너지 효과로 가격 우위가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발(發) LCD 패널 치킨게임에서 발을 빼고 출구 전략을 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LCD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 공장의 LCD TV 패널 생산을 종료하고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만 소량 생산 중이다.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의 전 세계 LCD TV 패널 시장 점유율은 70%까지 늘어났다.

중국이 LCD 패널 시장을 독식하면서 국내 TV 업체들의 중국산 LCD 패널 비중도 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가 구매한 LCD TV 패널 물량 중 중국산 비중은 6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업체가 내수용 LCD는 싸게 팔고 수출용은 비싸게 팔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 경쟁력은 점차 뒤처질 것”이라며 “중국 TV 업체와는 이미 갈 길이 다른 국내 업체들은 물량 경쟁이 아닌 LCD 프리미엄 제품과 OLED TV 판매에 집중해 수익성 극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