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보니 감동은 3배로…'카니랩'[김정환의 맛볼까]
킹크랩 중심 해산물 15코스 요리·주류 4종 페어링
새벽부터 밤까지 바다의 하루 그린 미디어 아트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미식'에 아름다운 '뷰'가 더해지면 그 맛은 배가한다. 파노라믹 전망을 감상하면서 미식을 즐기는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에 늘 고객이 몰리는 것이 그 증거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는 속담이 있긴 하나 안타깝게도 그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배를 채우던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다. 남북이 통일됐다면 분명히 지금쯤 금강산 비경,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수많은 레스토랑이 문 열어 '금강산은 식중경(食中景)'을 실현했을 것이다.
엄청난 '볼거리'를 즐기며 미식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오픈했다.
'어느 마천루 꼭대기에 들어섰나?'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지상이 아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지하와 볼거리,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면 이내 '이게 되네!' 싶어진다.
바로 '카니랩'(Kani Lab),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미식과 미디어 아트 경험을 결합한 몰입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고객들은 일행끼리 정면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는다. 잠시 후 벽인 줄 알았던 정면이 은은하게 빛난다. 벽을 가득 채운 것은 바로 초대형 미디어 월.
이를 화폭으로 삼아 빛과 색의 향연이 시시각각 펼쳐진다. 때론 속삭이는 듯하고, 때로는 격정적이기까지 한 음악이 곁들여져 분위기를 고조한다. 여기저기서 고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서버들이 고객 앞으로 음식을 가져온다. 음식을 먹기 시작한 것일까. 탄성은 잦아들었지만, 또 다른 경탄이 쏟아진다.
카니랩은 킹크랩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해산물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신선한 최상급 식자재를 활용한 15가지 요리는 조개 모양 그릇에 담긴 '크랩 살 튀김'처럼 '바다'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플레이팅 된다.
와인 4종과 사케 1종을 요리 종류에 맞춰 제공해 풍미를 극대화한다. 특히 미디어 월을 채운 컬러에 따라 술잔도 물들어 같은 술을 마시면서도 다른 술을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특별한 이 요리들을 더욱더 맛깔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 아트다.
'바다 위의 날씨'라는 제목처럼 하늘이 밝아오는 새벽녘부터 햇살이 작열하는 낮, 석양에 붉게 물드는 저녁 무렵, 은하수가 수놓는 밤까지 바다의 하루가 눈앞에 그려진다.
하루가 언제나 맑고 평화롭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 아트도 이를 그대로 표현한다.
천둥 번개와 함께 폭풍우가 몰아치며 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는 더 현실감 넘치게 눈앞에서 전개다. 특히 비가 내리는 듯한 연출 속에 서버들이 우산과 레인코트 차림으로 미디어 월 앞을 걷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흥미를 더한다.
미디어 아트가 바다에 밤이 찾아온 다음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막을 내린다면, 미각의 절정에는 '디저트' 3종이 존재한다. 이색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것도 모자라 독특한 모양의 그릇에 담겨 나와 맛은 물론 재미도 준다.
음식은 미식, 특히 '해산물 요리 선진국'으로 꼽히는 홍콩을 베이스로 한 식음(F&B)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미디어 아트는 약 1년간 국내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그룹 ‘사일로랩'(SILO Lab)과 함께 만들었다.
무려 2시간 30분 동안 코스 요리와 시간의 흐름을 담은 미디어 아트가 한 몸처럼 어우러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공들여 준비했구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마친 뒤,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셰프 등 조리진, 서버, 스태프 모두 나와 고객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인사할 때 고객들이 아낌없이 환호하는 것은 그런 만족감의 발현일 거다.
"하이엔드 다이닝을 통해 색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미식 여행을 경험하길 원한다면 꼭 들러 달라"는 카니랩 관계자의 청처럼 '여름 휴가지'로도 고민해 볼 만한 장소다.
카니랩은 매일 오후 6시부터 '디너 코스'만 선보인다. 매회 소규모 인원만 받는다. 예약 필수다. 주차 가능.
☞공감언론 뉴시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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