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만난 ‘순한맛’ 박훈정 월드 “‘피칠갑’ 장면 점점 줄여나가겠다”[SS인터뷰]

조은별 2023. 7.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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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제공|스튜디오앤뉴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상업영화 감독인만큼 대중과 최대한 접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앞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줄여나가려고요.”

“살려만 드릴게”,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란 유행어를 만들어낸 영화 ‘신세계’, 김다미, 최우식, 고민시까지 숱한 신인들을 발굴한 영화 ‘마녀’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은 폭력과 초능력을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숱한 마니아팬을 보유한 감독이다.

그러나 지난 달 21일 개봉한 박 감독의 신작 ‘귀공자’를 본 관객들은 다소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박감독 특유의 폭력성은 다소 순화되면서 유머 코드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향후 작품에서 폭력적인 장면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며 “나도 나이 먹으니 다소 순화되기도 했고 예술영화감독인 만큼 상업적 접근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학창시절 홍콩느와르 영화와 야쿠자 영화의 열혈 팬이었어요. 제 관점에서 그런 작품들은 액션영화라기보다 폭력영화에 가까웠는데 칼부림이나 주먹다짐 같은 묘사가 리얼하게 극대화되길 바랐죠. 저 정도로 때렸으면 피범벅이 되어야 하는데 안 나오면 가짜같은 느낌이라 몰입이 안됐고요. 하지만 이제는 좀 줄이려고요.”

박 감독이 ‘폭력성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영화 ‘귀공자’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합성어) 복서 마르코(강태주 분)의 뒤를 이유없이 쫓는 사람들의 추격전을 그렸다.


박훈정 감독.제공|스튜디오앤뉴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 귀공자(김선호 분), 한국의 한이사(김강우 분), 미스터리한 여성 윤주(고아라 분) 등은 각자의 이유로 마르코의 뒤를 쫓는다. 이 과정에서 박감독 특유의 잔인한 폭력 묘사와 맨몸액션, 카체이싱 등이 펼쳐지며 느와르액션물로서 손색없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색다른 유머코드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던 귀공자와 한이사가 마르코의 몸값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신에서 “좀 깎아달라”는 한이사의 요구에 “정찰제야”라고 싱긋 웃는 귀공자의 눈웃음은 ‘신세계’에서 짝퉁 명품을 선물하는 정청(황정민 분)의 능청맞은 “브롸더”를 보는 느낌이다 .

“장르물을 좋아하지만 원리주의자는 아니에요. 원래 좀 더 무거운 이야기였는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볍게 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영화고 기존 제 작품이 떠올라 겁먹고 안 보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즐겁게 볼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유머코드는 주변에서 빼라고 해서 고민이 많아요. 이정도 밀었는데 안 먹히면 빼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웃음)”

박감독은 김선호, 김강우, 고아라, 강태주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던 주인공 김선호는 “기대이상으로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그에 맞는 얼굴을 찾습니다. ‘귀공자’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캐스팅을 마친 뒤 그 문제(사생활)가 터졌는데 다른 작품은 하차한다 하더라고요. 저도 고민하긴 했지만 대안이 없었어요. 이 캐릭터를 김선호라는 배우에 다 맞춘 상태라 다른 배우를 찾는다는 걸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박훈정 감독.제공|스튜디오앤뉴


박감독은 김선호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보지 못한 얼굴”이라 더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흡족해했다.

“김선호 씨의 전작을 쭉 봤는데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 얼굴을 아무도 안 썼으니 내가 써먹어야겠다 싶었죠. 연극과 드라마만 출연하고 영화를 안해본 친구라 스크린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이 동시에 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했어요. 주연배우가 스크린을 장악하는건 어지간한 에너지로는 힘들거든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박감독은 ‘귀공자’의 김선호, 김강우와 차기작 ‘폭군’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박감독은 “좋은 배우라는 확신이 들면 함께 하고 싶지만 배우들이 워낙 스케줄이 바쁘다보니 그러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촬영도중 차기작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스케줄과 배우들의 의사가 맞아떨어져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폭군’은 배달 사고로 사라진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을 각기 다른 목적으로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분투를 그린 작품으로 박감독의 히트작 ‘마녀’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SF판타지물인 ‘폭군’은 한층 스케일이 큽니다. 많은 국가조직들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저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같은 ‘박훈정월드’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일단은 꿈만 꿔봅니다. 하하.”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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