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과제 안은 조병규 우리은행장, 첫 행보는 영업점 방문
앞서는 하나, 뒤쫒는 농협에 입지 불안한 우리銀
저조한 실적…비은행 계열사 부재 부각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도 시급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3일 공식 취임하는 가운데 첫 일정으로 영업 현장을 방문한다. 일선 현장을 찾아 업무 전반을 살피고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함인데, 영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실적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읽힌다.
우리은행은 고금리 기조에 작년과 올해 모두 높은 순이익을 거뒀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3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하나은행은 올해 들어 순이익 1위를 기록하며 격차를 벌리고, 뒤따르던 NH농협은행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은행의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부문도 위태롭다. 아직까지 1위를 지키고 있으나, 타 시중은행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내정자가 기업금융 ‘전통의 강호’로 꼽혀온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내정자는 앞서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우리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2024년12월까지다. 조 내정자는 취임 다음날인 4일 서울 지역 영업점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를 수행한다.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영업 활성화 방안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조 내정자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영업점을 찾은 것은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실적 개선 의지를 피력하기 위함이다. 은행 실적 개선은 조 내정자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85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5대 시중은행 중 4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3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하나은행은 970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1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5위인 NH농협은행은 빠르게 우리은행 뒤를 따르고 있다. 농협은행은 1분기 6721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6% 늘어난 규모다. 순이익 증가 폭이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저조한 실적은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부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금융은 1분기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한 농협금융지주에 뒤처지며 5대 금융지주 중 실적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아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1분기 기준 우리금융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다.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옛 상업·한일은행 시절 구축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기업금융 강자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경쟁사의 도전에 부딪혀 아성을 위협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대기업 대출은 40조48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 반면 국민·신한·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31조2000억원, 25조4615억원, 22조2130억원으로 각각 24.3%, 37.1%, 53.4% 증가했다. 전체 대출 규모는 우리은행이 가장 크지만, 증가 폭은 가장 작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초 취임식에서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강자로 거듭나자”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 내정자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대기업심사부장, 강북영업본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하며 주로 기업영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우리은행은 24개국에 465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말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4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증가했고 2023년 1분기 순익도 1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비은행 계열사까지 합쳐 올해 1분기 1583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은행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
조 내정자는 조직문화 쇄신에 힘을 보태야 하는 임무도 맡게 됐다. 고질적인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문제도 풀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 내정자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임 회장이 반복되는 해묵은 계파 갈등을 없애고자 칼을 빼든 만큼, 조 내정자가 이에 힘을 실어 조직을 쇄신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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