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조작 논란에 보험사들 '화들짝'…전진법 적용 가닥
금감원 "가이드라인 합리적 적용 여부 철저히 점검할 것"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채새롬 기자 = 보험사들이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새 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회계 조작 논란이 일어나자 전진법 적용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보험사들은 IFRS17 적용 첫해인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은 바 있어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마저 임의로 적용할 경우 분식 회계 가능성뿐만 아니라 대규모 집단 소송을 당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IFRS17과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해 보험사의 선임 계리사 및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들과 간담회를 통해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IFRS17 적용에 있어 전진법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대부분의 보험사도 동의했다.
다만 일부 보험사는 IFRS17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 반영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며 강행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보험사가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공감 아래 전진법 적용에 동의했으나 일부 보험사는 회계 조작 논란에도 여전히 소급 입장을 고수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소급법을 고집하면 보험산업의 회계 투명성과 신뢰를 저해하고 투자자 보호라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투자자는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불신할 수밖에 없고 회계법인이 보험사의 소급법을 용인할 경우 대규모 집단소송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감원은 IFRS17을 적용하는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가정으로 계약 서비스마진(CSM) 등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 기초가정에 대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험사에 내려보낸 바 있다.
올해 1분기에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들이 당기 순이익 5조2천여억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역대급 실적으로 논란이 커지자 IFRS17의 자율성이 관리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IFRS17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삼성생명이 7천68억원, 삼성화재가 6천133억원, 교보생명이 5천3억원, 한화생명이 4천225억원, DB손해보험이 4천60억원, 메리츠화재가 4천47억원, 현대해상이 3천336억원, KB손해보험이 2천538억원, NH농협생명이 1천146억원, 신한라이프생명이 1천338억원, 롯데손해보험이 79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IFRS17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가 전진법을 적용하면 각 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며,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과거 재무제표에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계리적 가정의 변경을 회계 추정 변경이 아닌 전기 오류 수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경우는 회계 추정 변경이라서 전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일부 보험사의 경우 회계 조작 논란에도 당장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는 전진법 적용에 대해 경영진 등의 거취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소급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모든 보험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감소액이 크다는 이유로 소급법을 적용하면 회계 분식으로 직결될 우려가 크다"면서 "이번 사태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 시점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과거 조선업 회계 분식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각 사의 자율적인 IFRS17 적용을 존중하되 IFRS17 가이드라인에 따라 회계 변경을 제대로 했는지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회계 처리를 사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회계 변경이 회계기준서의 취지에 따라 합리적인 관점에서 적절하게 처리됐는지를 철저히 점검해 조치할 방침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9월 말 재무제표 공시 전까지 진행 상황을 파악해 회계 조작의 문제가 있다면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험사들이 전진법 또는 소급법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회계 분식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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