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예수’는 가을의 1선발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것, 염경엽 진단은?

김태우 기자 2023. 7. 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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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1선발로서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는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LG가 진단하는 켈리의 문제는 흔들리는 커맨드와 늘어난 실투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요새 마운드 운영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김윤식 이민호의 부진 이탈 속에 사실상 4‧5선발 자리는 최악의 경우 ‘불펜데이’까지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올 시즌 국내 1선발인 임찬규의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 4일로 미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초 2경기를 4‧5선발로 치러야 하는데, 잘못해서 두 경기 모두 불펜 소모가 크면 팀의 일주일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1일 잠실 KIA전에서도 선발 아담 플럿코가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자 2일 불펜 운영까지 고려해 선수들을 집어넣어야 했다. 2일도 투구 수가 60개로 잡힌 이정용이 선발로 나가야 하기에 마냥 올인할 수가 없었다.

일단 선발로 전향한 이정용의 적응에 기대를 거는 가운데, 후반기에 김윤식 혹은 이민호가 멀쩡하게 돌아오길 바라고 있는 염 감독이다. 4‧5선발이 ‘5이닝 3실점’ 정도만 해주면, 유영찬 백승현이 돌아올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을 이미 세워두고 있다. 불펜과 타선의 질을 생각하면 허언은 아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또 다른 성격의 문제다. LG의 잠재적 불안요소는 오히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4) 쪽에 있다.

벌써 포스트시즌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벌써 5위까지 10.5경기를 벌려놓은 현재 LG의 위치, 그리고 전반적인 팀 전력을 고려하면 LG가 가을까지 보고 야구를 해야 한다는 명제에 딴지를 걸 만한 사람은 마땅치 않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운영과 또 다르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의 충돌이기 때문에, 결국 시리즈 1차전과 중요한 경기를 책임져야 할 에이스가 가장 중요하다.

LG의 지난해 포스트시즌 1선발은 켈리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팀이 에이스였다. 시즌 27경기에서 166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경력도 제법 되고, 가을에 괜찮은 투구를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구위로는 그런 활약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좋아졌다, 다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예전의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켈리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6승4패를 기록하고 있으나 평균자책점은 4점대(4.37)다.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탈삼진 비율(23%→15.4%)이 줄고, 피안타율(0.232→0.277)은 높아졌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의 상승폭은 평균자책점의 상승폭보다 적지만, 누가 봐도 지난해보다는 올해 고전하는 느낌을 읽을 수 있다.

▲ 탈삼진이 줄고 피안타율이 늘어나는 등 구위 저하 기미가 보이고 있는 켈리 ⓒ연합뉴스
▲ LG는 켈리를 교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일단 구속이 지난해보다 시속 1㎞ 정도 떨어졌고, 회전 수가 약간 줄기는 했으나 결정적인 차이는 아니다. LG 내부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다. 결국 문제는 커맨드라는 게 염경엽 LG 감독의 진단이다. 염 감독은 6월 30일 KIA전에서 6이닝 4실점을 한 켈리를 두고 “1B-2S, 2S에서 가운데 몰려서 맞았다. 한가운데 들어갔다”면서 “실투가 많다”고 진단했다.

즉, 구위 자체가 작년과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카운트 싸움과 실투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켈리의 장점은 공이 강속구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결정구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공격적인 승부와 시원시원한 이닝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자꾸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많아지면서 안타를 내주는 게 누적되면서 성적이 나빠진다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지금 교체가 쉬운 상황도 아니다. 외국인 투수 교체가 필요한 다른 구단들도 미국에서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해 독립리그나 대만으로 눈을 돌리는 판이다. 켈리의 잔여 연봉을 떠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체 외국인 선수들에게 쓸 수 있는 돈이 매달 10만 달러씩 줄어들기에 지금은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할 상황이다. 40만 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좋은 투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이적료까지 줘야 한다면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경우 그냥 켈리를 데리고 있는 게 낫다.

결국 LG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켈리가 반등해서 예전의 경기력을 상당 부분 회복하는 것이다. 올해 맹활약하고 있는 플럿코 또한 지난해 가을에서의 아픈 기억이 있기에 100% 맹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잠실 예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을야구 첫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할 수 있을까. LG의 남은 시즌을 보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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