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영어 금지라 제목 바꿨더니 … 오히려 입에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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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여행이 봇물 터지듯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 여권도 쉽게 받지 못하던 시절, 해외에 가는 연인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애원하는 노래 '나성에 가면'이 떠오른다.
많은 이들이 노래 제목만 듣고 2014년 개봉작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심은경이 부른 버전을 생각하는데, 이 곡은 1978년 세샘트리오가 부른 버전이 최초다.
그는 한해 전인 1977년 혜은이에게 '감수광'이란 곡을 줘 히트했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아 지역명이 들어간 노래를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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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여행이 봇물 터지듯 늘었다는 기사를 보면 여권도 쉽게 받지 못하던 시절, 해외에 가는 연인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애원하는 노래 ‘나성에 가면’이 떠오른다. 많은 이들이 노래 제목만 듣고 2014년 개봉작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심은경이 부른 버전을 생각하는데, 이 곡은 1978년 세샘트리오가 부른 버전이 최초다.
세샘트리오는 권성희·전항·홍신복으로 구성된 3인조 라틴음악 그룹이다. 당시 유명 작곡가 길옥윤은 세개의 샘을 뜻하는 세샘트리오란 이름을 지어주고 음반을 제작했다. 길옥윤은 타이틀곡으로 ‘LA에 가면’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그는 한해 전인 1977년 혜은이에게 ‘감수광’이란 곡을 줘 히트했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아 지역명이 들어간 노래를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LA에 가면’으로 녹음을 다 마치고 공연윤리위원회에 심의를 받았는데 불허 명령을 받았다. 제목과 가사에 영어가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황당한 일이지만 당시엔 국어순화정책으로 대중가요·영화 제목에 영어 사용을 금지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세샘트리오는 ‘나성에 가면’으로 제목을 바꿔 다시 녹음했다. 나성(羅城)은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의 음역식 표기로 ‘엘에이(LA)’를 ‘라’로 읽어 표기한 것이다.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의 도입부인 “나성에 가면”을 “LA에 가면”으로 바꿔 부른다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가사를 바꾼 것이 입에 잘 붙어 성공을 이끈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후 세샘트리오는 멤버들의 불화로 홍신복이 탈퇴하고 전항의 동생이자 듀오 가수 ‘쉐그린’ 출신 전언수가 합류해 활동했다. 하지만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결국 해체했다.
훗날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항·전언수가 노래 제목처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것. 전항은 1985년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났다가 현재 뉴욕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전언수는 뉴욕 한인 거주지역인 플러싱에서 카페 쉐그린을 운영하다 은퇴했다. 이들을 보면 가수가 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과거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하려면 빨강·파랑으로 인쇄된 에어메일 봉투를 사용해 편지를 보내야만 했다. 지금은 이메일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이 대신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행복이 정비례하지는 않는 듯하다. 가족, 친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노심초사하며 답장을 기다리는 낭만도 사라진 지 오래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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