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영농폐기물 없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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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민자치센터 앞을 지나다가 새로 붙은 현수막을 발견했다.
재활용이 불가한 영농폐기물 수거에 대한 안내문이었다.
현수막엔 재활용이 안되는 멀칭비닐과 차광막·모종판을 수거한다고 쓰여 있었다.
외국의 사례를 보니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줄이기)의 일환으로 모종판을 대체하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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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민자치센터 앞을 지나다가 새로 붙은 현수막을 발견했다. 재활용이 불가한 영농폐기물 수거에 대한 안내문이었다. 현수막엔 재활용이 안되는 멀칭비닐과 차광막·모종판을 수거한다고 쓰여 있었다.
일상에서도 농사일에서도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해마다 플라스틱 모종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에 쓰레기가 꽤 나온다. 이것을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버리려면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깨끗이 씻어봤지만, 진흙 얼룩은 쉽게 제거되지 않았고 부서지고 쪼개진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이 찔리기 일쑤라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종판 없이 작물 종자를 밭에 파종할 수는 없으니 이리저리 대안을 검색해봤다. 외국의 사례를 보니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줄이기)의 일환으로 모종판을 대체하는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었다.
먼저 최근 한국에도 도입된 소일블록이 있다. 소일블록은 다양한 크기의 틀을 이용해 상토를 블록으로 찍어내 화분처럼 만든 것이다. 찍어낸 소일블록은 받침용 모판 등에 얹어서 키우면 되는데, 소일블록에서 자란 작물은 뿌리가 공기와 닿으면 더이상 뻗어나가지 않는 에어프루닝 현상이 일어나 잔뿌리가 많이 생기는 부가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지금 많이 사용되는 얇은 플라스틱 모종판과 달리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모종판도 있다. ‘에픽트레이’라는 이름의 모종판은 플라스틱이지만, 자외선을 견디는 재활용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사용 후 비눗물로 씻어 수년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6칸 또는 4칸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작물에 따라 필요한 크기대로 골라 파종해서 받침판 위에 두고 키우는 방식이다.
더 찾아보니 아연 도금된 금속 쟁반도 있다. 큰 받침과 바닥이 뚫린 모종용 작은 틀로 구성돼 있는데 플라스틱보다는 크기가 큰 편이라 사용하기 좋은 작물들이 따로 있을 듯하다. 이 역시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량의 모종을 만드는 것도 있다. ‘페이퍼팟’이라는 종이 모종판은 한쪽을 고정한 후 당겨서 펴면 벌집 모양의 틀이 생기는데 그곳에 흙을 채워 칸칸이 씨앗을 심는다. 다 자란 모종을 심을 때는 한쪽 모서리를 당기면 종이테이프로 줄줄이 연결된 모종이 딸려 나온다. 이렇게 연결된 모종을 작은 공간에는 손으로 일렬로 놓아서 심기도 하고, 넓은 공간에서는 이식기를 이용해 쉽게 옮겨 심는 듯했다. 페이퍼팟은 재사용하지는 않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처럼 밭에 남겨지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처음 언급한 소일블록은 이제 한국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유튜브를 통해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도 친구가 미국에 다녀오는 길에 하나 사다 줘 신문물을 경험해보고 있다. 큰 규모의 농가들에선 사용하기 어려운 방법이지만 도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나 다품종 소량의 육묘를 하는 농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신기술이 개발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디 한국에도 쓰레기를 줄이는 농사법들이 도입돼 일반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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