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장관' 요구했던 尹, 1년 만에 '실세 차관' 체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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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취임 초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책임 장관 중심의 내각 운영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정권 출범 1년여 만에 '실세 차관' 직할 체제를 구축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차관 인사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국무위원들과 회의 도중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배분과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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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취임 초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책임 장관 중심의 내각 운영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정권 출범 1년여 만에 '실세 차관' 직할 체제를 구축하면서다.
공무원 기강 잡기냐 총선 포석이냐
여권에선 이를 두고 "공무원 사회 기강 잡기" "총선을 위한 포석" 등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선 '장관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윤 대통령이 차관 인사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국무위원들과 회의 도중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배분과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R&D사업 배분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분노가 상당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조성경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이 과기부 1차관에 지명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2일 "임명 당시 조 비서관의 역할이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 지적한 국가 R&D 기초 설계를 바꾸는 게 더 막중한 임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1차관과 2차관으로는 각각 김오진 관리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에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발탁한 것도 국정과제 이행이 미진한 부처에 대한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세 차관들에게 "헌법 정신에 충실하라"
국정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준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당초 장관의 부처 장악력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해 7월 "언론에 장관들은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며 스타 장관이 될 것을 당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취학’ 정책 혼선 이후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정책 조율의 키를 대통령실이 잡았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난 이후에도 개혁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처들이 보이자, 이번엔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를 담당해온 비서관급 참모를 대거 부처에 내려보낸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내년 총선보다 국정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에 차관으로 발탁된 다수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참모 출신 차관 내정자 5명을 불러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한 내용이 뒤늦게 전해진 것은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스타일상 분명한 메시지는 공무원 사회를 다잡으라는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6개월간 성과를 낸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본인(실세 차관)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명분이 생기지 않겠냐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책임장관제 유명무실... 공직사회 잡음 가능성
국정 운영 방식의 유턴에 따른 그림자도 분명하다. 이번 실세 차관 인선은 내년 총선에 앞서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측면이 크다. 장관을 임명할 경우 청문회를 거치며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뺏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총선까지 실세 차관 직할 체제가 불가피한 가운데 책임 장관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장관 입지가 좁아지고 차관을 통한 용산 지시가 강화되는 방식의 국정 운영이 계속될 경우 공직사회의 잡음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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