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토스하고 정부가 때리고…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이 뭐길래
"제기된 의혹 전혀 사실 아냐" 정면 반박
"언론사 인기도는 전체 알고리즘 영향 미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을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소식에 포털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뉴스 알고리즘 의혹을 제기한 적은 있었지만 주무 부처가 직접 점검에 나선 적은 없기 때문이다. 포털 업계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의 포털을 향한 압박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의혹 제기를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인기도 측정 기준 바꿔 보수매체 순위 떨어뜨려"
2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9년 네이버의 자체 매체 인기도 순위에서 1위는 연합뉴스, 2위는 조선일보·한겨레, 3위는 동아일보·KBS였는데, 3년 뒤 2021년 8월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바꾸자 1위는 MBC, 조선일보는 6위로 내려갔다. 박 의원은 "네이버는 2차 알고리즘 검증위와 협의 아래 온라인 역량이 뛰어난 조선일보(닷컴) 등 계열사가 있는 언론사들을 각각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매체들 가중치를 낮췄다"며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조선닷컴 등 보수성향 언론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매체 인기도 순위는 네이버가 뉴스 검색 시 수많은 기사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기준이 된다.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인기도가 높은 매체 기사가 낮은 매체 기사보다 검색 화면에서 더 높은 위치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 측은 이를 네이버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는 "편파 왜곡 조작 방송을 남발하는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 MBC를 2021년 1순위에 배치해 놓았다"며 "네이버가 보수 언론사 죽이기에 나섰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개 기준 중 하나일 뿐…정치적 성향과 전혀 관계없어
네이버는 박 의원이 문제 삼은 언론사 인기도 설명에 적극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는 20개 넘는 알고리즘 요소로 이뤄져 있고 언론사 인기도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검색 결과를 뒤바꿀 만큼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다가 언론사 인기도 역시 2019년 3월 네이버가 자신의 알고리즘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검증받기 위해 설치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지적을 반영해 추가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신뢰도가 낮은 언론사의 기사가 먼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즉 박 의원과 국민의힘 주장대로 언론 왜곡의 의도를 갖고 추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런 방식은 구글 등 전 세계 포털 업계에서 알고리즘 분야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기술이라고 네이버 측은 덧붙였다.
2021년 8월 네이버는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제안을 받아 '언론사 피인용 지수'를 알고리즘에 추가 도입했다. 'OO일보'와 'OO닷컴' 등 계열 회사들이 같은 사이트를 사용하지만 사실상 다른 인력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를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매체 기사에서 특정 언론사의 기사가 얼마만큼 인용했는지 횟수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측정했다.
박 의원은 이를 두고 네이버가 닷컴 자회사를 따로 운영하는 보수 매체에 불리하게 하려고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보수 매체는 언론사 피인용 지수를 도입한 이후 순위가 크게 오른 반면 닷컴 계열사를 운영하지 않았던 모 진보 매체는 순위가 떨어지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방통위 실태 점검과는 별도로 네이버는 '뉴스 3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외부 관계자들에게 알고리즘의 적절성 및 합리성을 검토받고 그 결과를 연말까지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 편집권 두고 네이버와 정치권의 끝없는 충돌
정치권과 네이버 사이 뉴스 편집 방식을 두고 벌어진 갈등은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 포털'이라 불리는 네이버의 뉴스 배치에 따라 여론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2017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네이버 고위 담당자에게 연맹 비판 기사를 잘 안 보이는 곳에 배치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일부 받아들여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네이버는 '사람에 의한 편집'을 포기하고 뉴스 배치를 AI 알고리즘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부터 두 번에 걸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를 띄워 검증받았다.
하지만 알고리즘 역시 인간 손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여전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2021년 한 언론에서는 네이버 뉴스 영역 최상단에 위치한 'my 뉴스'에 보수 성향 매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된다며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정치 편향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가 포털의 기사 배열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포털 뉴스에서 알고리즘 추천 자체를 폐지하고 아웃링크(언론사 외부 페이지로 이동)를 전면 도입하자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내년 총선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 위한 비판" 우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여당의 네이버에 대한 지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 포털 뉴스를 흔드는 것은 공정성을 저해한다"며 "그동안 학계에서는 박 의원의 주장과 반대로 대형 매체에서 닷컴사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어뷰징 기사를 찍어내 오히려 네이버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해 왔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따라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고 있는 네이버를 점검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라며 "포털의 공정성 문제 자체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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