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 탈출한 그리스, 한국 정치는 여전히 퍼주기 중독
남유럽 포퓰리즘 정치의 상징인 치프라스 그리스 전 총리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제1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에서 물러났다. ‘시리자’는 지난달 총선에서 17.8% 득표에 그쳐 40.6%를 얻은 중도 우파 신민주주의당(신민당)에 참패했다. 최저임금 인상, 연금수령액 증액, 근로 시간 단축 등 ‘시리자’의 포퓰리즘 공약이 외면받자 백기를 든 것이다.
학생 운동권 출신의 치프라스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2015년 국제 채권단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 긴축’을 거부하겠다는 공약으로 총선에서 승리, 최연소 총리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국제기구 요구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을 수정하는 척만 했을 뿐 실질적인 개혁을 하지 않은 채 그리스를 계속 침체로 밀어 넣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근로시간은 단축하면서 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포퓰리즘의 폐해를 알게 된 유권자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의료·연금 개혁과 감세 등의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우파 정당이 재집권하면서 그리스의 개혁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리스 경제는 2021년 8.4%, 지난해 5.9% 성장을 하며 ‘유럽의 문제아’라는 오명을 벗어 가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프랑스가 연금개혁을 하고, 이탈리아도 노동정책을 개편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좌파 포퓰리즘이 퇴조하는 추세다.
반면 한국에선 국가 재정이 악화하는 중에도 선심성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포퓰리즘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은 세수가 구멍났는데도 35조원 추경을 주장하고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법안, 대학생 무이자 대출 법안, 아동수당 확대 법안을 추진하겠다 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가도 광주 군공항 이전과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맞바꾸는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등 표가 되는 선심 정책에는 의기 투합하고 있다.
재정 적자에 상한선을 두는 최소한의 장치인 ‘재정 준칙’은 3년째 국회에서 발목 잡혀 있다. 국회 기재위의 여야 의원들은 재정 준칙 현지 조사를 이유로 외유성 유럽 출장까지 다녀오더니 지금껏 제대로 된 논의조차 벌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정치권의 선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리스도 퍼주기 만능주의에서 벗어났는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포퓰리즘 중독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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