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신고, 병원에만 맡겨선 안돼… “저출산 예산·인력 적극 활용을”
의료 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해 1년 뒤 시행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출생신고 누락으로 ‘사라진 아기’가 생기는 걸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국가가 모든 아이의 출생 등록을 책임지는 출생등록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생을 부모나 병원의 ‘신고’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직접 ‘등록’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는 각 지자체가 부모의 ‘출생 신고’와 병원의 ‘출생 통보’ 정보를 비교해 누락한 아기를 찾아내는 개념이다. 아기 출생 신고 책임을 부모와 병원에만 지우고 정부는 보고받는 형식이다. 국제 입양 관련 비정부기구인 ‘국경너머 인권’의 이경은 대표는 “태어난 사람은 법적 등록이 돼야 (사회 보장 등) 인간 대우를 받는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능동적으로 나서 모든 아기를 (국가 시스템에) 등록하는 출생등록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앉아서 출생 정보를 병원 등에서 보고받는 소극적 행정(출생통보제)에 그치지 말고, 정부 인력이 직접 출생 현장을 찾아 아기를 확인하고 직권으로 등록하는 적극적 방식(출생등록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출생등록제의 관건은 전담 인력과 예산 확보다. 주요 선진국은 전담 국가 인력이 아이를 확인하고 직권으로 등록을 한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등이 출생을 확인하고 국가 시스템에 등록한다. 영국의 경우 병원에서 전산으로 출생 사실을 간단히 입력하면 바로 정부 전산망에 등재되고 이후 정부 담당관이 확인한다. 뉴질랜드는 출생 정보가 정부 시스템에 올라가면 관련 부서가 동시에 이 정보를 공유한다.
우리나라의 출생통보제는 아기 출생 통보가 ‘병원->심평원->지자체’ 순으로 이뤄진다. 반면 미국·영국 등은 ‘심평원’ 없이 바로 국가에 통보되고 전담 인력이 이를 현장 확인하는 출생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여성학 박사)은 “이번에 통과된 출생통보제는 의료 기관이 아기 출생을 신고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다수 국가는 지자체가 출생 병원에 바로 가서 그 아이를 보고 등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병원의 ‘통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출생통보제는 출생 신고와 관련한 책임과 비용을 병원에만 지우고 있는데, 인력 및 비용 문제 등으로 신고 누락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지금도 병원이 심평원에 진료비 청구 때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의 비용을 병원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 전문가들은 “연간 10억~20억원의 예산이면 병원과 정부 기관 간의 출생 통보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연간 저출산 예산 40조원 중 1%만 투입해도 출생통보제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직접 출생 등록을 담당하면 ‘사라진 아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출생통보제는 병원이나 부모가 신고를 빼먹으면 정부로선 ‘사라진 아기’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지자체 인력이 직접 병원과 가정을 방문해 출생을 등록하면 이런 누락을 줄일 수 있다. 또 출생통보제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병원 밖 출산’은 미등록 아기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데 출생등록제는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신생아 이웃 등이 출생 사실을 담당 인력에 귀띔해도 국가 시스템에 등록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2400여 곳에 달하는 주민센터의 인력 등을 ‘숨겨진 동네 아기’ 찾기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며 “복지부가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 2300여 명을 향후 한 달 안에 전수 조사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지자체 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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