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공사가 치과 치료 1만3000회...사무장이 맥 짚고 침 놓기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 면허를 빌려 운영하는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 부른다. 의사만 병원을 개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병원은 불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간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1698곳이었고, 여기에 지원된 건강보험 재정이 3조3674억원에 달했다.
본지가 2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불법 개설 병원 사례’ 속 사무장들의 범죄는 요지경이었다. A씨는 2008년 경기도 부천에서 치과를 열었다. 원래는 틀니 등 보철물을 만드는 치기공사였다. 치과의사 한 명을 고용해 그 명의로 개업했다. 초기엔 직원 관리와 병원 살림을 맡았다. 그런데 2011년 고용한 의사가 정신 질환으로 진료를 볼 수 없게 됐다. 그러자 A씨는 그해 4월부터 의사 가운을 입고 ‘원장님’ 직책으로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경찰에 덜미가 잡힌 2019년 9월까지 그는 총 1만2971회에 걸쳐 발치, 충치 치료, 크라운 치료(금니 등), 임플란트 시술을 했다. 그는 과거 치과에서 치기공사로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각종 시술을 구경했다고 한다. A씨는 2020년 11월 법원에서 의료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판결문엔 의료 사고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병원 개업을 밥 먹듯 하는 ‘개업꾼’ 사례도 있다. B씨는 2017년 서울에서 한의원을 개업했다. 당시 79세의 고령 한의사를 월급 350만원에 고용한 뒤 이 사람 명의로 ‘사무장 한의원’을 연 것이다. 한의사 행세도 했다. 개업 때부터 2020년 11월까지 159회에 걸쳐 진료실에서 환자 맥을 짚고, 침을 놓은 뒤 한약까지 조제했다가 건강보험공단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그는 이미 ‘사무장 전과 3범’이었다. 2004년에도 환자 1624명을 대상으로 침을 놓고 탕약을 지었다가 처벌받았다.
사무장 병원은 과잉 진료도 많이 한다. 정부 관계자는 “적발 전까지 최대한 돈을 많이 벌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된다는 뜻이다.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적발된 사무장 병원이 정부로부터 받아 챙긴 ‘부정 요양급여비’는 2014년 2218억4700만원이었다가 5년 만인 2019년 7837억8900만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 때인 2020~2021년에는 사람들이 대면 진료를 기피해 부정 수급액이 급감했지만, 연 1000억원을 넘었다.
실제 경기도의 한 사무장 병원의 경우 환자 1863명에게 돈을 주고 과잉 검사 등을 해 2015년부터 3년간 총 64억원의 부정 요양급여비를 챙겼다. 이 병원은 ‘일반 환자 10만원’ ‘희귀난치성 환자 35만원’이라는 식으로 등급표를 만들어 챙긴 돈의 일부를 환자들에게 돌려줬다.
‘사무장 약국’도 있다. C씨는 약사를 고용해 2014 강원도 인제군의 한 의원 오른쪽에 약국을 열었다. 병원과 약국이 드문 곳이라 장사가 잘됐다. 2017년 말까지 받은 요양급여비만 36억46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고용 약사와 불화가 생겼다. 약사는 자기 명의로 돼 있지만 ‘사장’ C씨가 사용하는 통장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카드는 분실 신고했다. 그러자 C씨는 이 ‘오른쪽 약국’의 지분을 정리한 뒤 병원 왼쪽에 사무장 약국을 다시 차려 ‘맞불 영업’을 벌였다. 하지만 C씨는 불법 영업이 적발돼 지난해 8월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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