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수장, 우크라 극비방문… 영토탈환·휴전협상 논의
우크라이나가 올봄 ‘대반격’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극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CIA를 비롯한 미국 정보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는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고위 정보 당국자들을 만났다. 번스 국장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고 연말쯤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개시할 야심 찬 계획을 제시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들은 가을까지 상당한 영토를 수복한다는 목표를 번스 국장에게 설명하며 낙관적인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러시아가 장악한 크림반도 경계선 주변에 포병대와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고 동부로 더 진격해 들어간 뒤,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과가 아직은 지지부진한 상태이지만 F-16 전투기를 포함해 미국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추가 지원을 약속한 무기가 아직 다 배치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에서 훈련받은 장병과 신무기를 모두 배치하면 전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미 정부는 그동안 에이태킴스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에 떨어지면 확전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려왔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공략하기 위해 이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끈질기게 설득해 왔다.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시기는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이 일어난 지난달 23일 이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중순 미 정보당국은 이미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모종의 무장 습격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번스 국장과 젤렌스키 대통령 등의 만남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의 반란에 서방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우리는 그것(프리고진의 반란)과 아무 관련이 없고 러시아 체제 내부 투쟁의 일환일 뿐”이라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프리고진의 반란 직후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와 직접 접촉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개입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의 내부 문제”란 뜻을 전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 미·러 간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번스 국장은 1일 영국 디츨리 재단에서 한 연설에서 “프리고진이 그의 행동(반란)에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 군 지휘부의 전쟁 수행에 관한 크렘린의 허위 주장을 가차 없이 고발한 것이 매우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그런 (프리고진의) 말과 행동의 영향은 푸틴의 전쟁이 그의 사회와 체제에 상당 기간 악영향을 주는지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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