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68] 어설프게 목숨 거는 남자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과 미하일 레르몬토프,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 영국 총리 소 피트, 프랑스의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 이 유명인들의 공통점은? 답은 결투. 이들은 명예 때문에 벌어진 결투로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다. 가톨릭 교회의 파문 으름장과 국가의 법률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결투는 20세기 전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20세기에 이르러 권투를 비롯한 다양한 격투기가 하나둘씩 합법화되면서 결투 문화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정착하게 된다.
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파키아오와 메이웨더의 2015년 대전 이후 이렇다 할 빅 매치가 없었던 차에 전혀 엉뚱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기의 격투기 대결이 성사될 조짐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의 매치다. 만약 이 매치가 성사된다면 파키아오-메이웨더 때의 두 배가 넘는 10억달러 흥행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두 CEO 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주먹다짐으로 확대될 판이다. 일견 어이없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미 성사를 전제하고 진지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정말 이 어처구니없는 현대판 결투를 우리는 보게 될 것인가?
“프랑스인들은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결투 또한 마다하지 않지만/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살아서/비싼 보석을 사주는 남자이지요/손등의 키스가 꽤 근사할지 모르지만/다이아몬드야말로 여자에겐 최고의 친구지요(The French are glad to die for love/They delight in fighting duels/But I prefer a Man who lives/And gives expensive jewels/A kiss on the hand may be quite continental/But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뮤지컬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세기의 연인인 매릴린 먼로가 부른 이 노래는 보석에 환장하는 여성의 허영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어쭙잖은 명예 때문에 어설프게 목숨을 거는 남자들에 대한 조소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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