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대에 경영 전문가를 영입하자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 농생명공학부 교수 2023. 7.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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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대책과 첨단 기술인 양성, 그리고 대학 경쟁력 강화 및 지역 혁신을 위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대학 통폐합과 교육-지역 연계 사업에 대해 각 대학 교수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아무리 당위성이 있더라도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이 되도록 보완해야 한다.

미래의 흐름이자 사회 발전의 동력은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이고, 개인 삶의 질 향상은 조직과 사회 발전으로 이어진다. 교수와 직원의 역량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진화한 고등교육기관을 육성해야 창의성에서 우러나온 혁신의 에너지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교수가 학생 지도에 전념하면서 수준 높은 연구를 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의 운영 체제를 첨단화하자. 대학은 ‘신의 직장’이 아닌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의 학당’이 되어야 한다. 대학 통폐합과 상관없이 교직원 고용을 보장하되 업적과 도덕성을 합리적으로 평가한다면 효율성과 수월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한 축을 맡은 서울대는 어떠해야 할까? 서울대는 자율성을 확보하려 법인화를 택했지만 정부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다. 법인화 전 전체 예산의 25%였던 국고 지원은 지금 50%가 넘는 연간 5000억원이나 돼 다른 국·공립대가 부러워할 규모이나, 세계적 대학들에 대한 경쟁국 정부의 지원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적 모순을 극복하며 자율과 의무, 유연성과 투명성, 수익과 공익 등 상반될 수 있는 모든 덕목을 조화시키는 경영 역량과 리더십이 지금 서울대에 꼭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대학본부는 경영 역량 강화나 교원 및 학생에 대한 서비스 개선보다는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 눈치를 보고, 세계 대학 평가나 대학 운영 성과 평가에 매년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해 왔다. 한없이 비대해진 공룡 서울대는 미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지도, 국민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서울대가 거듭나려면 이전의 보여주기식 평가 시스템을 폐기하고 운영 정보와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한 후 국민에게 직접 평가받아야 한다. 탁월한 외부 경영자를 영입해 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를 줄이되 수익 사업의 자율성을 확보해 서울대 재정을 대폭 확충하자. 대학의 운영 체제를 혁신하여 학내 기관을 통합하거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역할을 분담하고, 첨단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행정 간소화에 매진하자. 국가의 연구 지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과 연구원의 인건비는 대학 재정으로 충당하자. 수도 없는 위원회와 회의를 통폐합하고, 절차와 자료를 간소화하자. 법인 기관에 걸맞게 교직원의 채용, 계약, 승진, 성과급 등 인사·임금 체계를 선진화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교육기관에 특화된 감사활동을 독립적으로 상시 수행하면 ‘철밥통’이라는 오해가 풀릴 것이다.

사분오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서울대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파격적으로 개방해서 공간 여유가 있는 캠퍼스에 타 대학의 건물 입주를 허용하여 공동 학위를 운영하면 어떨까? 대학 간 학생 공동 지도와 복수 전공 운영은 수도권과 지역의 간극을 좁힐 것이다.

혁신에 대한 반발이 심할 수 있으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정부는, 대학은, 그리고 서울대는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어떤 대학의 모델을 제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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