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과거와 미래보다 ‘오늘’이 소중하다
7월이다. 한 해가 시작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나갔을 수도 있다. 이렇듯 시간은 이중적이고 상대적이다. 즐거울 때는 화살처럼 몹시 빠르지만 괴로울 때는 굼벵이보다 느리다. 천금을 주고도 단 1초를 살 수 없지만, 무의미하게 흘려버리곤 하는 것도 시간이다.
그러나 상대성과 이중성은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모두에게 하루는 24시간으로 공평하다. 이 시간을 귀히 쓰느냐 허투루 쓰느냐는 저마다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시간을 값지게 보내려 하는 각오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詩)가 있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인생찬가’다.
그는 이 시에서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것이 인생이다”라며 “아무리 즐거울지라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 묻어 두라! 활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에 활동하라”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에게 가장 값진 시간은 ‘오늘’이다. 오늘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내일을 충실히 보낼 리 없고, 내일도 어차피 코앞에 있는 오늘이다. 게다가 내가 오늘을 소중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남들도 ‘나의 오늘’을 하찮게 여길 게 분명하다.
한편 오늘의 사전적 의미는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이다. 시간으로는 그날의 밤 12시, 즉 자정(子正)에 시작된다. 따라서 ‘오늘 자정’이라고 하면, 이 말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자정은 하루를 끝내는 때가 아니라 여는 때다. 우리는 예부터 자시(子時: 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으로 삼았고, 자정이 자시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오늘 자정에 열릴 예정’처럼 다가올 밤 12시의 개념으로도 널리 쓰인다. 게다가 ‘3일 자정’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2일에서 3일로 넘어온 자정인지,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자정인지 헷갈린다. 따라서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자정’ 대신 ‘3일 밤 12시’나 ‘4일 0시’로 쓰는 게 낫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의 견해에 따르면 ‘3일 자정’은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12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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