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섬 종합관리 지방시대위가 나서라
대통령직속 기구 맡아야 미래성장동력 활용 가능
2003년 6월 11일 오전 11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Ieodo Ocean Research Station) 준공식이 열렸다. 당시 해양수산부 출입기자로 준공식 취재를 했던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준공식 전날 제주도 서귀포에서 해경 경비정을 타고 밤을 새워 망망대해를 내달렸다. 새벽 해무 속에서 수평선을 등 지고 우뚝 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마주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마라도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전설의 섬’이 한국의 해양과학기지라는 ‘현실의 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해양, 기상, 환경 등 종합 해양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지 꽤 됐다. 그런데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영역 가운데 하나가 ‘섬’ 관리 시스템이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정확히 부속도서(섬)를 파악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통계에서 섬의 수와 면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섬의 양태에 따라 관리부처가 제각각이고 통계작성도 통합이 안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유인도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무인도를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 지적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받아 합산한 한국의 섬은 총 3382개이다. 섬의 총 면적은 3864.49㎢로 전체 국토면적(10만443.6㎢)의 3.85%이다. 이 통계도 유인섬은 2021년 12월 31일 측정기준이고, 무인섬은 2020년 12월 31일 측정기준치다. 전체국토를 조사할 때 섬을 포함해 작성한 국토교통부의 지적통계는 2022년 12월 말 기준이다. 유인섬은 464개로 면적은 3779.19㎢(제주특별자치도 본도 제외)이다. 무인섬은 2918개, 면적은 85.29㎢로 집계돼 있다. 시·도별로 보면 유인섬은 전남 271 개(58.4%), 경남 77 개(16.6%), 인천 38 개(8.2%) 순이다. 섬의 인구수는 경남이 31만6366 명(38.6%)으로 가장 많고 인천 18만9362 명(23.1%), 전남 16만6067 명(20.3%)에 이어 부산 11만4583 명(14.0%) 순이다.
이 통계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전라남도청은 2022년 10월 31일 기준으로 2165개(유인섬 271개, 무인섬 1894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무인섬을 1743개로 집계해 차이가 컸다. 해수부는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무인섬 2918개가 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지번 등록이 된 섬은 2555개, 미등록된 섬은 363개라고 한다. 국토부는 지번이 미등록된 섬은 파악할 수 없다. 무인섬 가운데 절대보전·준보전·이용가능·개발가능 무인도서로 관리유형이 지정된 섬은 2230개이고 미지정된 섬은 688개이다.
해수부는 미지정된 섬에 대해 “실지조사를 마치지 못해서”라고 설명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75년이 지나고 우주관광시대가 열린 지금 우리나라는 영토 현황조차 정확하게 알 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 앞에 있다.
기초통계의 정확도가 흔들리면 국가정책이 바로 설 수 없다. 여기에 관리주체도 제각각이다. 기본적으로 유인섬은 섬 발전촉진법에 따라 행안부, 무인섬은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수부가 맡고 있다. 게다가 안보나 환경보전 등의 필요성에 따라 지정되는 ‘특수섬 지역’은 행안부(서해5도 지원특별법), 해수부(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부(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로 쪼개져 있다. 정부가 10년마다 세우는 섬종합발전계획에 따른 사업시행의 주체도 특수상황지역 섬 188개는 행안부가 맡고, 성장촉진지역의 섬 183개는 국토부가 시행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곧 지방시대위원회로 전환된다)가 심의를 거쳐 특수상황지역과 성장촉진지역을 지정고시한다.
국회입법조사처 하혜영 박사는 섬 관리의 난맥상에 대해 “부처간 칸막이 행정 탓”이라고 지적한다. 국토관리 차원에서 국토부가 통계를 통합관리하고 섬 관련 사업은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가 통합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조언도 했다. 실제로 행안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관련부처 차관들이 위원인 섬발전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고 한다. 여러 부처를 병렬로 묶어봐야 부처이기주의로 실질적 협의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은 “섬은 우리나라가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마지막 남은 성장보고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지적이다. 이어도는 한국의 제1 해양과학기지가 됐고 태풍관측 등에서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섬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한 활용방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손균근 서울본부장·㈔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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