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생통보제 늑장 입법…모성보호 대책 서둘러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회가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영아는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가 내년 시행되지만 의료기관을 가지 않고 자택에서 혼자 아이를 낳는 경우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막을 방법이 여전히 없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영아는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드러나는 등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르자 뒤늦게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병원은 영아의 출생신고를 확인하지 않았고, 부모는 출생신고를 안해도 과태료 5만 원에 그쳐 사실상 강제성이 없었다. 출생통보제 도입 법안이 2008년 처음 발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화가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출생통보제가 내년 시행되지만 의료기관을 가지 않고 자택에서 혼자 아이를 낳는 경우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막을 방법이 여전히 없다. 임시 신생아 번호조차 없는 병원 밖 출산은 정부가 전수조사를 벌여도 파악할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통계청 자료로 분석한 결과, 2019년 한국 출생아 30만2676명 중 자택 988명, 그 외 장소 396명, 미상 172명 등 1556명(0.5%)이 병원 외 장소에서 태어났다. 병원 외 출산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출생신고를 할 때 첨부해야 하는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줄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 밖 출산의 경우에도 출생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영아’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까지 확인된 신원미상 영유아 사망사례가 12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2022년 5년간 신원 미상의 영유아 사망 사례가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 얼마나 더 많은 영유아 사망 사례가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이처럼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빈곤으로 인한 양육 곤란 등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이유가 많은 만큼 위기 임산부 지원이 시급하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통합적 지원책이 없다면 임신 사실을 숨기거나 병원 밖 출산으로 영아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미혼모 등이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은 국가와 사회가 맡아 양육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는 생명존중과 저출산 해법으로 미혼모 보호 정책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1300곳의 임신갈등지원센터를 운영해 미혼모에게 상담과 지원을 해준다. 프랑스는 2006년 혼외 출산 구별 규정을 없애 아기만 있으면 각종 수당 혜택을 준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미혼모 상담을 위한 가족센터가 전국 244곳에 불과하다. 상당수 미혼모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나홀로 출산하는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과 모성 보호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마땅하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