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04] 캥거루 관상
동물로 보는 관상법이 독자들에게 가장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이낙연은 캥거루 관상이다. 캥거루의 특징은 서서 복싱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뒷발은 길고 튼튼하게 생긴 반면에 앞발은 기형적으로 짧다. 평상시에 네 발로 다니다가 필요할 때는 직립할 수 있는 동물이 원숭이와 캥거루인데 원숭이에 비해서 캥거루는 앞발이 짧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그 대신 복싱은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펀치가 약하다는 점이다. 앞발이 짧으니까 때려 봐야 잽만 날린다는 느낌을 준다. 길게 휘두르는 라이트 훅이나 레프트 훅이 없다. 캥거루 관상의 약점은 파괴력을 가진 훅이 없다는 것이다. UFC에서 최고의 테크니션 선수 아데산야를 격침시킨 브라질의 페레이라 같은 강력한 레프트 훅이 없다. 그동안 이낙연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앞발이 퇴화된 캥거루의 한계가 이런 것일까.
동물 검투사로 계속 비유해 보자. 이낙연에 비해 이재명은 스라소니이다. 2명의 스라소니가 있는데 한 명은 노무현이고 다른 한 명이 이재명이다. 스라소니의 강점은 난타전에 강하다는 점이다. 점프력, 순발력, 그리고 상대방의 약점을 물어뜯는 날카로운 공격력이다. 순치되지 않은 야생이 느껴진다. 이재명은 노무현보다 전투력에서는 앞선다. 국회의원이라는 갑옷 조끼와 야당 대표라는 참나무 방패까지 착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검찰 칼날로 총공격을 해도 현재까지는 이 조끼와 방패로 엄호하는 스라소니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노무현에 비해 이재명은 손해 본 적이 없이 남는 장사만 했기 때문에 관객에게 주는 울림은 작다. 노무현은 방패도 없이 싸우다가 손해 많이 봤다.
어찌 되었든 지난 경선 전투에서 덩치 큰 캥거루는 자기보다 작은 스라소니에게 당하기만 하였다. 시원하게 펀치 한 방 휘두르지 못하고. 왜 이낙연은 앞발이 짧게 퇴화되었는가? 우선 타고난 성격이 범생이 같은 모범생이다. 학교 다닐 때 땡땡이도 안 친 것 같다. 두 번째는 그동안 너무 잘나갔다. 서울법대, 동아일보 기자, 4선 의원, 도지사, 총리의 경력으로 이어졌다. 대장부 4대 과목인 ‘감방, 부도, 이혼, 암(癌)’과 같은 고생 경험이 없다. DJ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호남 지역구에서 치른 네 번의 선거도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내공과 카리스마는 맨땅에 헤딩할 때 생긴다. 턱뼈가 깨지고 내장이 튀어나올 때 내공이 생긴다. 이낙연은 공부 잘하고 꼼꼼한 엘리트가 ‘DJ 온실’ 선거구에서 보호받으면서 성장한 캥거루다. 그 캥거루가 샌드백을 치고 다시 링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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