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몽골 국제공항에서 띄우는 통일편지

강동완 동아대 교수 2023. 7.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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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 교수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얼마 전 ‘통일의 눈으로 몽골을 다시 보다’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바람과 초원의 나라 몽골이 한반도 통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의아하시지요? 과거 사회주의 진영에 속했던 몽골은 소련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과 수교를 맺은 국가입니다. 구소련의 지원으로 지은 건축물이 많기에 울란바토르에 우뚝 솟은 여러 건물은 평양을 연상케 합니다. 예를 들어 몽골국립오페라극장은 평양모란봉극장과 참으로 많이 닮았지요. 몽골의 중심지인 울란바토르 광장을 보면 마치 평양 김일성광장에 서 있는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요. 몽골 역시 러시아 중국과 국경을 이룹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9시간을 달려가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 국경과 마주합니다.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12시간을 달리면 중국과 국경을 맞댄 ‘자민우드’라는 마을에 닿지요. 국경선 넘어 중국의 ‘얼렌하우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통일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과 평양을 지나 유럽까지 이른다는 꿈을 꾸지요. 몽골종단철도는 중국횡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어 대륙으로 향하는 통일의 꿈을 잇기에 충분합니다.

밤하늘 은하수를 찾아 떠난 몽골의 사막여행은 또 어떠합니까? 누군가에게는 낭만이지만 탈북자에게는 생사를 갈랐던 탈북 루트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어느 탈북민은 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중국과 몽골 사이 사막을 건넜다고 말합니다. 여행객에게는 신비로운 별 보기 코스지만, 자유를 찾아 떠난 그에게 북두칠성은 사막 한가운데서 방향을 가늠하는 생명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은 200명의 전쟁고아를 몽골로 보냈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머물렀던 학교 건물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전쟁통에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들이 매일 밤 엄마를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이 건물에 오롯이 밴듯합니다.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흔적을 머나먼 타국 땅에서 가슴 사무치게 느끼게 되는 장소이지요.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못할 것 같은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한국 기업이 조성한 광활한 소나무 숲은 바람도 머물러 가는 녹색의 국립공원으로 변했습니다. 황폐한 북한 땅을 부흥케 할 남북한 산림협력을 위한 지혜를 구하는 의미가 크지요.

소와 양과 말이 먹을 풀을 지천으로 내어주는 그 넓디넓은 초원을 바라봅니다. 섬나라에 갇혀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반목이 아니라, 그 장엄한 대지에서 통일 대업이라는 마음을 넉넉히 품을 수 있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막혔던 해외여행이 봇물 터지듯 쏟아집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3시간이면 닿는 몽골은 최근 한국 관광객들에게 더없이 인기 있는 곳이지요. 국내 저가항공사를 비롯해 부산 김해공항에서도 몽골행 비행기가 매일 바람을 가릅니다.

특별히 7월은 여름휴가와 방학으로 기억되지만, 오는 7월 27일은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6·25전쟁을 휴전한 지 정확히 70년이 되는 올해에 우리는 여전히 분단 조국을 살아갑니다. 똑같은 여행이 아닌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상흔을 되돌아보며 통일 조국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몽골로의 통일 여정은 어떨는지요?

울란바토르 국제공항에서는 간단한 설문 문항에 답하면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적을 묻는 항목에는 ‘KOREA SOUTH’와 ‘KOREA NORTH’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KOREA가 아닌 남한(SOUTH)’과 북한(NORTH)으로 선명히 갈라진 분단의 사람들입니다.

70년 전 전쟁의 아픔과 상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분단의 시린 아픔을 뒤로 한 채 반쪽조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언제가 되어야 평양행 비행편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을는지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 7월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이 더 시리고 아픈 이유입니다. 이 분단의 아픈 상처 함께 보듬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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