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중소조선산업의 도약을 위한 제언
자동차 산업은 국민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기간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사에서 승용차와 화물차를 같이 생산하고 있으며 크기도 중대형에서 소형까지 다양하다. 또한 수출과 내수를 병행함으로서 자동차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업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산업인 조선은 중대형 선박과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가 다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8개 회원 조선사는 수출 중심의 중대형 선박을 개발, 건조해 세계 제1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연안의 인적 물적 이동, 어업 중심의 수산업, 해양 레저, 해양 경비 등 내수 중심의 중소형 선박들은 대부분 중소 조선사에서 건조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산업이 강력한 글로벌 해양 환경 규제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호황을 맞이했음에도, 국내 조선산업 전반에 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과 스마트 첨단 기술의 발전은 글로벌 해운사 선박의 교체 개조 등을 촉진해 국내 중대형 조선사에 큰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지만, 중소 조선사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컨테이너선이나 벌크 캐리어 등 중소형 화물선은 중국 등에 경쟁력을 잃어 동남아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꾀하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내수시장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돼 정부 주도로 관공선 등의 발주를 추진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고 중소 조선사 간 경쟁도 심하다. 정부는 연안 선박의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을 추진해 2013년부터 2021년 2월 기준 99개 사에서 134척을 건조하도록 455억5000만 원의 이자를 지원했지만 수만 척의 연안 선박 중 일부에 불과해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조선업계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필수 정책 제언으로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한 지원방안 수립, 관급물량 확보 및 해양플랜트 제작 등을 통한 일감 지원이 78.1%로 꼽혔다. 일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을 반영하는 한편, 스마트·친환경 선박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은 5.2%에 불과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개발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소규모 생산 시설과 투자여건, 전문인력, 핵심기술의 부족은 중소조선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부족한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나 열악한 경영 환경과 노후화된 생산 설비, 생산 인력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공급 감소, 해외 영업력 부족 등으로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과의 수주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어렵고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여건도 열악해 2021년 기준 86개 조합 회원사 중에서 기업부설연구소 또는 전담부서를 갖춘 곳은 28개 사 32.9%에 불과하며 연구 인력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 중소조선 산업의 성장을 위해 논의되는 방안 중 하나로 중대형 조선사의 노하우를 중소 조선사에 전수해 중소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조선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중대형 조선사에서 퇴직한 설계인력들을 활용해 중형·중소형 선박 설계 등의 기술지원을 추진하며 친환경 기술을 중소형 조선사에 접목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많은 중소형 조선사가 공모의 벽을 넘지 못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소조선 산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기간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조선사와 중소 조선사가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이 힘들었던 중소 조선사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래 핵심 경쟁력인 기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이는 중소조선산업의 견고한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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