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번 생은 정말 망했을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2023. 7.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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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 시대, 프랑스는 바다에서 영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 맞서기에는 프랑스의 선박 수가 너무 적었다. 게다가 배 만드는 데 필요한 전나무까지 턱없이 부족한 상황, 프랑스 총리 콜베르는 산림 담당자에게 전나무를 가득 심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관리는 당황했다. “총리님, 돛을 만들 만큼 전나무가 자라려면 100년이 걸립니다.” 대답을 듣고도 콜베르는 주저하지 않고 재차 지시했다. “아,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전나무를 심게나.”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빨리 대책을 찾아야 할 순간임을 일깨우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이 이야기가 공감을 별로 얻지 못할 듯싶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을 읊조리며 한숨 쉬는 분들이 좀 많던가. 빈부 격차는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지고 학벌을 둘러싼 차별 역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이 이러니 꾸준한 노력보다 ‘한방으로 인생 역전’을 외치는 소리가 솔깃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콜베르의 대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과도 같다. 다이어트의 비결은 꾸준한 운동과 식생활 개선밖에 없다. 손쉽게 빨리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들은 여지없이 요요만 부를 뿐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못 갖춘 채 체중만 줄인 탓이다. 마찬가지로 막막한 현실에서 당장 벗어나게 하는 비법은 없다. 도박 같은 투자로 대박을 거둔 사람 치고 패가망신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라. 견실한 생활 자세와 절약 정신을 기르지 못했다면, 다시 재산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마리 제비가 왔다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삶을 살고 싶다면 훌륭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하라는 뜻이다. 눈앞의 현실이 답답하고 처지가 절박할수록, 빠른 성공을 속삭이는 유혹과 편법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삶을 구원하는 힘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마땅한 방식’으로 이겨내면서 자라난다. 신기루 같은 정보에 휘둘리며 대박의 꿈을 꾸는 이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7월 일사일언은 안광복씨를 포함해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이진혁 출판편집자, 김다솔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자, 황시운 소설가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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