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촉법소년, 엄벌보다 회복적 사법으로 교화해야

기자 2023. 7.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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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되는 촉법소년에 관한 정보는 ‘나이가 어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는다’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촉법소년의 특성과 범죄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부각하고 강조해 엄벌주의 여론을 강화한다. 따라서 소년범죄를 예방과 교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치유·회복적 사법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치유·회복적 사법이 중요한 이유는 촉법소년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촉법소년은 형사사법 접촉 경험이 적고 주의력 결핍과 학습장애, 낮은 준법의식 등의 특성을 가진다.

소년사건 처리 절차에서 경찰 입건 및 검찰 송치, 소년부 송치를 통해 소년이 법정에서 처분을 받기까지 평균 5~6개월이 소요된다. 사건 발생 직후 사법체계가 신속하게 보호처분을 결정해 경각심을 주기 힘든 구조다.

또한 촉법소년은 보호자 및 보호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가 보호관찰 지도·감독 중인 한 소년은 유아기 때 아버지는 마약사범으로 장기간 교도소에 수감됐고 어머니는 가출했다. 소년은 보육원과 쉼터를 전전하며 유소년기를 보냈다. 가족과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긍정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결핍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출소한 아버지는 소년을 훈육하기 위해 잦은 체벌을 하였으나 실상은 가정폭력, 학대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소년은 수시로 집을 뛰쳐나갔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무단결석을 반복했다.

사회적 역할이 미성숙하고 대인관계가 빈약한 촉법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또래관계다. 특히 불량선배들이다. 이를테면 선배들은 소년에게 돈을 받고 오토바이를 빌려준다. 내기 당구나 볼링을 강요해 소년이 돈을 잃으면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다.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소년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과 아파트 주차장을 떠돌며 차량에서 금품을 절도한다. 선배들에게서 배운 대로 인터넷 중고 사기를 통해 돈을 번다. 선배들이 소년들을 불러내 폭력과 갈취, 협박을 일삼아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한다.

2022년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은 1만2507명이다. 이 중 촉법소년은 1020명으로 8%이고, 만 14~18세가 89%이다. 촉법소년은 대부분 초범이고 주로 절도·재물손괴 등 경미한 재산범죄를 저지른다. 전체 소년범죄 중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는 약 0.1%에 불과하다. 만 14~18세 범죄부터 절도의 규모가 커지거나 강도·폭력·상해 등 대인 피해를 유발하는 강력범죄로 발전한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촉법소년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후배들을 가해하고 범죄를 학습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엄벌보다는 치유·회복적 사법이 중요한 이유이다.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비행 원인 진단을 위해 정신건강, 심리상태, 학대 피해 등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면밀히 파악하고 치료하는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집행하고 있다. 촉법소년의 약 90%가 학생이다. 만 14세 이상보다 재범률도 낮다. 교사, 보호자, 보호관찰관, 지역사회 자원이 협업하여 세심히 교화해야 한다.

최원훈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소년과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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