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출산 땐 무조건 특진” 중견기업의 27년째 파격 출산복지
“셋째를 출산하면 승진 연한이나 업무 고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특진시키겠다. 넷째부터는 출산 후 1년 동안 육아 도우미도 지원하겠다.”
최근 건설사업관리(PM) 기업 한미글로벌은 파격적인 ‘출산 복지’를 발표해 기업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복지 제도는 김종훈(74) 회장이 직접 주도해 만들었다. 김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력 단절과 육아 비용”이라며 “저출산은 국가 존립의 문제이고,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은 설계·자재 조달·공사 기간 등 건설 전 과정의 비효율적 요소를 개선해 발주처의 비용을 줄여주는 회사로, 직원 약 1300명에 지난해 매출 3740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기록한 국내 건설 PM 분야 1위 기업이다.
김 회장은 창업 이후 27년째 파격적인 출산 복지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996년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세운 김 회장은 자녀 수에 관계없이 대학 학자금까지 지원하고 출산·육아 휴직을 도입했다. 김 회장은 “당시만 해도 대기업조차 ‘출산 복지’라는 말이 없을 때였다”며 “이후 2년 육아 휴직과 3세 미만 아이를 둔 여직원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탄력 근무 제도 도입 등 출산 복지를 발전시켜 나갔다”고 말했다. 최근엔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으면 2년 동안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둘째 출산부터는 2년간 육아휴직 기간도 근속 근무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김 회장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980년대 건설회사에서 출장을 다니며 봤던 일본의 저출산 문제였다. 그는 “그때 한국은 여전히 산아 제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곧 일본처럼 노동력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쓰지만, 출산율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지며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김 회장은 “출산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기업을 정책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여력이 되는 대기업이 좋은 어린이집을 많이 짓고, 이를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도 개방하면 좋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어린이집 건물에 대해선 용적률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만약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적으로는 비혼 출산을 인정하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체감하고 있다. 한미글로벌 직원들의 출산율도 우리나라 평균보다 높지만, 그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 전체 직원 대비(결혼 불문) 자녀 수 평균은 1.21명이고 기혼 직원의 자녀 수는 1.57명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난임 직원이나 비혼 직원들의 불만은 없을까? 김 회장은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며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국가 비상사태이고, 출산을 하는 사람은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그걸 구하는 영웅들(출산 여성)을 수익성이나 공정 같은 잣대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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