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이어폰·반지가, 내 꿀잠을 지킨다
이달 초 국내 스타트업 삼분의일이 출시할 스마트 매트리스 ‘슬립큐브’는 사용자가 자는 동안 수면 패턴을 분석해 스스로 매트리스 온도를 조절한다. 매트리스 위에 깔린 센서는 사용자 흉곽의 움직임을 파악해 호흡 규칙을 알아내거나 뒤척임, 몸의 온도까지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개인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매트리스 아래 흐르는 물의 온도를 수시로 바꿔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온도를 바꿔준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는 “기존 온수 매트가 수온 가열만 가능했다면, 고가(高價) 와인 냉장고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를 적용해 수온 냉각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수면에 기술을 접목한 ‘슬립 테크(수면 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수준이었던 슬립 테크 제품은 매트리스·이어폰·조명 등 다양한 제품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센서·레이더·AI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최근 들어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스타트업이 주도하던 슬립 테크 시장에 LG전자를 비롯해 삼분의일·에이슬립 등 국내 기업도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비전게인은 글로벌 슬립 테크 시장 규모가 작년 약 161억달러(약 21조원)에서 2033년까지 매년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면 검사, 스마트폰 앱이 해준다
슬립 테크 시장의 기본은 ‘잠을 정확히 분석하기’이다. 불면증 등 수면 장애를 앓는 이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했다.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여러 장비를 머리에 붙인 상태로 병원에서 잠을 자는 검사다. 하지만 반드시 의사가 진단해야 하고, 비용도 수십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와 각종 IoT 센서 기술의 발달로 보다 간편하게 수면을 분석하는 기기와 앱이 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에이슬립의 앱 슬립루틴은 자는 동안 스마트폰을 가까이 두면 숨소리를 측정해 수면의 질을 분석한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방대한 수면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호흡 소리만으로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추정하게 한 것”이라며 “전문의의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하면 정확도가 80% 이상 된다”고 말했다.
미국 스타트업 오우라는 손가락에 반지처럼 끼고 자면 생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을 분석해주고, 샤오미의 미지아 스마트 베개는 내부 센서를 이용해 심장 박동, 호흡, 신체 움직임 및 코골이를 파악해준다. 탁상 시계, 조명 기능을 하는 아마존의 헤일로 라이즈는 전자파가 적은 레이더가 내장돼 사용자가 자는 동안 움직임을 파악한다.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비를 손목이나 몸에 두르면 수면 분석이 가능하지만, 자는 동안 몸에 무언가 착용하는 것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더 간편하게 잠을 분석해주는 제품들이다.
◇꿀잠 자는 뇌파 이어폰
깊은 잠을 자도록 돕는 기기도 출시되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초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서 선보인 브리즈는 이어폰처럼 꽂고 자면 수면 시 뇌파를 측정해 깊은 수면에 들 수 있는 특정 주파수를 들려준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전달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코골이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 베개도 있다. CES에서 3회 연속 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텐마인즈의 스마트 베개 ‘모션필로우’는 코 고는 소리가 들리면 AI가 스스로 베개 안에 내장된 에어백을 천천히 부풀린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면서 코골이를 멈추게 하는 원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성인은 그들의 증조부보다 하루 평균 2시간을 적게 잔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소득이 올라갈수록 잠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대인의) 수면 부족과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수면을 돕는 기술 산업이 급격히 팽창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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