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규탄 폭동에 불타는 파리…1500명 체포

이선정 기자 2023. 7.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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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성난 군중의 폭력 시위가 전역에서 5일째 이어졌다.

나엘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검문을 피하려고 달아나던 중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낭테르를 넘어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예고 없이 열리고 방화·약탈 사건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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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에 알제리계 10대 사망…佛 전역 5일째 폭력시위 이어져

- 車 1350대·건물 234채 등 화재
- 마크롱 獨 방문 취소… 정치 위기

프랑스 경찰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성난 군중의 폭력 시위가 전역에서 5일째 이어졌다.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알제리계 10대 소년 나엘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폭동으로 전복된 차량 옆을 진압 경찰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AFP통신 BBC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내무부는 2일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기준 프랑스 전역에서 불법 시위 가담자 32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수도 파리 일대에서 126명이,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56명, 리옹에서 21명이 각각 경찰에 붙잡혔다. 4일째인 전날(6월 30~7월 1일)엔 1311명이 붙잡히는 등 주말 사이 1500명 이상 체포됐다. 전날 시위 과정에서 다친 경찰과 군경찰만 79명이었으며, 밤새 자동차 1350대와 건물 234채가 불에 탔고, 256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당국은 잠정 집계했다.

나엘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17세 알제리계 소년이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검문을 피하려고 달아나던 중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낭테르를 넘어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예고 없이 열리고 방화·약탈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경찰과 군경찰 4만5000명을 전역에 배치하고 경장갑차까지 동원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또한 오후 9시 이후로는 버스와 트램 운행을 중단할 것을 지방당국에 권고했고, 대형 폭죽과 인화성 액체의 판매를 제한했다. 스타드드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밀렌 파르메르의 콘서트, 엉기엉레방 재즈 축제 등 대형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폭력 시위가 점차 격화하면서 프랑스 당국 대응에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파리 샤틀레레알의 나이키 매장,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등이 약탈당했고, 마르세유에서는 총기 매장에서 총기가 도난당했다. 파리 북부 외곽 오베르빌리에의 버스 차고지도 공격받아 버스 10여 대가 불에 타면서 훼손됐다. 북부 루앙에서는 폭도의 공격을 받은 슈퍼마켓 건물에서 추락한 젊은 남성이 숨졌다고 BFM 방송이 현지 검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르세유 도심에선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는 영상도 퍼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 만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애초 2~4일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통화하고 일정을 미룰 것을 요청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나엘 군의 사망 사건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역에서 폭동이 잇따르자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은 더 나아가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사회적 발언을 자제해 왔던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진정과 대화를 촉구했다. ‘이민자 2세’인 대표팀 주장 킬리안 음바페는 트위터에 “어린 나엘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폭력이 아니라 다른 평화롭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표현하자”고 썼다.

외신은 2018년 노란조끼 반대, 올해 초 연금개혁 시위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새로운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년의 죽음이 인종과 정체성, 경찰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프랑스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며 “증가하는 위기는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 위에 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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