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무를 보고 배운다

경기일보 2023. 7.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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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장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자주 안전에 대한 문자를 받는다.

나무들은 장마를 매년 맞이하는데도 어떻게 그 자리에 그대로일까?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고 얽히고설킨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며 살기도 한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지만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하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하기도 하고 습기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 나무들은 서로의 영양분을 나누고 이웃이 위험에 처할 때 도움을 준다.

또 숲에 있는 나무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모든 날들을 다른 나무들과 함께한다. 나누는 제 삶을 감당하며 자신에게 닥쳐오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그 힘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나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기꺼이 함께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럼 우리 모습은 어떨까?

태아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그 위험하고 좁은 산도(産道)를 한사코 통과해 나온다. 배밀이를 하고 기기를 시도하고 마침내 일어선다. 걷기 시작하고 뛰는 경지에 이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어느 날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자아정체감도 발달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그렇게 자기만의 철학이 생기고 다양한 삶의 여정을 시작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우리는 지금껏 공부만 잘하면, 대학만 잘가면, 취업만 잘하면, 결혼만 잘하면 행복할 거라 가르쳤다. 그렇게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각자도생의 삶을 사는 시대가 너무 자연스러운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줘야 하는 것은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다.

나무가 살아가는 것처럼 함께 사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고 행복을 나누는 것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것이 각자 외롭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오래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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