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3에도 '불평없이 평생' 일만 하는 이것!
"직원을 구하기 힘든데, 직원 관리는 더 어렵지 않으세요?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4대 보험, 주휴수당까지...인건비가 너무 부담돼요?"
어느 인력 관리 사무소의 광고가 아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AI(인공지능) 서빙로봇 광고의 카피 중 일부다. KT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을 광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이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이 서빙로봇 1대를 임대할 경우 월 65만원(36개월 약정)이면 된다. 1대를 일시불로 구매시 2000만원에 월 서비스이용료 5만원을 낸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 기준으로 월 201만 580원(209시간 기준, 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을 받는 근로자의 10개월치 임금이면 이 로봇 한대를 살 수 있다. 서빙로봇(209시간, 월 65만원 기준)의 시급은 사람의 1/3도 안되는 3110원이다.
요즘 웬만한 규모의 식당에 가면 이 서빙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음식을 나른다. 음식이 무겁다고 불평하거나 4대 보험을 요구하지도, 최저임금을 올려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해도 불평이 없다. AI로봇이 전화를 받기도 하고, 키오스나 패드로 주문하면 배달은 끝난다. 식사가 끝난 후 그릇을 치우는 능력만 갖추면 이제 홀 서빙 일자리는 로봇의 것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식당에서 서빙로봇 활용이 활발한 이유는 일손을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기 힘든 자영업 음식점의 수익성 한계도 한몫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 275만 6000명)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1000명당 127명은 최저임금도 못받는다는 얘기다.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중 21.8%인 58만 8000명, 숙박 음식업 종사자 중 31.2%인 41만 9000명이 최저임금보다 덜 받는다. IT서비스나 첨단 제조업보다는 농림어업 등 1차 산업이나 보건, 숙식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최저임금 미만자가 많다.
이는 사업주들이 노동력을 착취한다기보다 최저임금의 빠른 상승률과 업종의 특성상 임금을 더 지급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자영업자 1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한달에 100만원 미만을 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 수준(49.9%)에 달했다. 또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내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최저임금은 적정 수준에 오른 상태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에게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중위소득(전체 소득자를 1열로 세운 후 중간 위치자의 임금)의 60% 이상' 또는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권고했다.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율은 62.2%로 EU의 권고안을 넘어섰고, 선진국 G7 평균인 49.8%보다 높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최저임금을 더 올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신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장려세제는 근로소득의 규모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근로의욕을 높이는 복지제도다.
이처럼 최저임금 미만의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고, 생계를 위해 부족한 금액은 정부가 보조하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 최저임금안을 확정하는 법정기한을 넘겼다. 최저임금 동결(시간당 9620원)을 주장하는 경영자 측과 26.9% 인상(시간당 1만2210원)을 요구하는 근로자 측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하지만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면 더 이상 이같은 최저임금 논의자체도 무의미해진다. 이제는 로봇세를 받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할 날도 머지 않았다.
지금은 로봇과 AI가 우리와 일자리 경쟁을 하는 시대다.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시기에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던 섬유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Luddite: 기계파괴) 운동 때와 닮았다. 산업혁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듯이 AI와 로봇의 시대도 막을 수 없다. 획일적인 최저임금 제도는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한다. 각 지역별, 업종별 특수성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최저임금제도에도 파괴적 혁신의 변화가 필요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10명 뛴 변성환호, 日에 0-3 패 '준우승'…심판 판정에 정상행 좌절 - 머니투데이
- 화사, 12세 연상과 열애설 침묵→"폭풍 무섭지 않아" 싸이와 새 출발 - 머니투데이
- 진범이 감옥에 있었다…'화성 연쇄살인' 엉터리 수사, 억울한 누명[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아들 넷 연예인 집, 밤마다 우는소리"…정주리, 벽간소음에 사과 - 머니투데이
- 김종민, 현영과 열애 시절 언급…나영석 PD "마음 힘들게 열었는데…" - 머니투데이
- 전국 뒤흔든 '363명' 희대의 커닝…수능 샤프의 탄생[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르포]"셋째만 다녀서 아쉽네요"…단풍 담은 사북하나어린이집 - 머니투데이
- 가방속에 젖은 옷 가득…비행기 타려다 체포된 20대 왜? - 머니투데이
- "한번 만지자"…술자리서 갑자기 이웃 강제추행한 70대 - 머니투데이
- 김호중 판박이... 사고 후 뺑소니, 친구에 뒤집어씌운 30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