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첼리스트 이영은 "내 연주로 사람들 마음 움직인 점에 큰 성취감"
제17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첼로 부문 1위 수상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처음 출전한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 제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관객과 심사위원들이 좋아해 주신 것은 기적과도 같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첼리스트 이영은(25)이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9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첼로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후 모스크바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그와 연락이 닿았다.
결선에서 이영은은 '차이콥스키 로코코 테마 변주곡, Op. 33'과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 E-플랫 장조, 107'을 선보여 심사위원들과 청중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영은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콩쿠르의 입상으로 그동안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내 음악이 사람들에게 이해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이번 콩쿠르에서 내 음악이 수용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상호작용을 이루어낸 점에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서 "무엇보다도 이러한 큰 무대에서 뛰어난 연주자분들과 함께 무대를 한 것은 저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됐다"며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으로 나를 묵묵히 믿어주신 사랑하는 부모님과 언니에게 끝없는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영은은 "여기까지 같이 애써주시고 기도해주신 신지숙 선생님, 김연진 선생님, 윤영숙 선생님, 이승진 선생님, 보(Bo), 닉(Nick), 사랑하는 친구들,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톈진줄리아드와 교수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 준비에 대해 "본격적인 준비는 한달 정도였지만, 지난 2년간 톈진 줄리아드에서 누릴 수 있었던 수많은 연주 기회와 여러 레퍼토리를 공부해뒀다"며 "석사과정 내내 단기간에 다양한 곡들을 익혀 무대에 올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무대에서는 내 음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취미로 첼로를 시작했다는 이영은은 상하이 콰르텟 첼로 멤버인 니콜라스 사바라스 톈진줄리아드 교수가 '롤모델'이라며 "제자의 음악을 존중하는 선생님의 인품 덕분에 너무나 행복하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선생님의 음악은 내 음악과 굉장히 달라서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톈진 줄리아드의 김연진 교수님은 언제나 한 번의 레슨만으로 곡의 완성도에 큰 변화를 주신다. 그분이 가르치시는 방식과 철학을 보고 배우면서 나도 선생님의 꿈을 키웠고, 박사 과정 진학을 선택하게 된 큰 이유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영은은 이번 콩쿠르에서 작곡가와 그의 작품마다 요구하는 다른 표현, 음악, 해석 등을 연주에 잘 녹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각각의 곡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으로 이번 콩쿠르를 지켜보며 응원해준 한국의 지인과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이번에 입상은 했지만 이 역시 공부 중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더욱 학업에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영은은 대구예술영재교육원과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현재 중국 톈진에 있는 줄리아드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는 3일 잠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며, 8월부터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건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한편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설됐으며, 만 16세에서 만 32세의 전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콩쿠르의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피아노 부문에는 정명훈(1974년 공동 2위), 백혜선(1994년 공동 3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성악 부문에는 테너 최현수(1990년 1위), 바리톤 김동섭(2002년 3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바리톤 유한승(2015년 3위), 바리톤 김기훈(2019년 2위) 등이 있다.
올해 콩쿠르에선 테너 손지훈도,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도 각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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