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고향의 '색'을 살리다] 4. 고향납세 기적의 도시 히라도시를 만나다 ①

서영 2023. 7.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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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품이 지역경제 기둥으로…작은 어촌이 일궈낸 기적
작년 강원 읍·면·동 소멸위험지역 77.6%
해결 대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 ‘급부상’
인구 3만여명 일본 히라도시 성공 사례
인구감소 대책 2013년 고향납세 리뉴얼
2014년 기부액 128억원 달성 전국 1등
성공 비결은 상품 고급화·온라인 전환
청년창업 연계 농수산물 다양화 시도

“인구 감소에 대한 고민은 히라도시를 포함해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해결책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중 고향납세 제도는 관광객 및 답례품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구로다 나루히코 히라도시 시장
 

히라도시는 인구 3만여명의 작은 어촌이지만 고향납세 제도를 통해 전국적인 관심을 얻었다.

■ 일본 후루사토 납세 제도 ‘히라도시의 기적’ 눈길

올해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손흥민, BTS 등 다양한 스타들이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보완 및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지역소멸위기에 빠진 지자체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시작됐다. 특히 강원지역의 읍·면·동(188곳) 중 소멸위험지역은 2001년 11곳에서 지난해 146곳으로 늘어 전체의 77.6%를 차지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 이벤트로 끝날지, 아님 지역소멸위기의 자구책이 될지는 일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2008년 시행된 일본의 고향납세(후루사토 납세)제도를 모티브로 진행됐다. 고향납세 첫해 기부금은 81억엔(약 82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 8320억엔(약 8조원)까지 늘어나며 일본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주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본 내에서도 ‘기적’이라 불릴 만큼 주목을 받은 지역이 있다. 인구 3만여명으로 강원지역 소도시와 인구수는 비슷한 일본의 히라도시는 2014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14억엔(약 128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 순간에 기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으며 2015년 26억엔(약 237억원), 2016년 18억엔(약 164억원) 등 100억원이 넘는 기부액으로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도 8억6000만엔(약 79억원)으로 안정적인 지역 경제 기반이 됐다.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기념성당.

■ 히라도시는 어떻게 고향납세의 성공을 이끌었나

 

히라도시는 강원지역과 같은 취약점을 안고 있는 곳이다. 교통의 불편함은 강원지역과 같이 제조업 기반을 약하게 만들었으며 재정이 건전하다 하더라도 인구 감소를 막기는 쉽지 않았다. 2013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공표한 장래추계인구에 의하면 히라도시는 2040년쯤 인구가 1만6000명 정도까지 감소할 것으로 바라보는 소멸가능성도시로 지정됐다.

이에 구로다 나루히코 히라도시 시장과 공무원들은 고향납세를 통해 히라도시의 기적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2013년 고향납세 담당자인 구로세는 고향납세 카탈로그 전면 리뉴얼에 돌입했다. 프로 사진가를 고용해 상품의 사진을 찍고 고급화 전략을 활용해 백화점의 VIP 전용 카탈로그처럼 변모시켰다. 또 일본 내 고향납세 사이트인 후루사토초이스에 올려 기부 시 답례품 선택의 편리성을 높였다. 이어 2014년 26종에 불과했던 메뉴를 83종으로 늘렸고, 2015년 110종까지 증가시켰다. 현재는 청년들이 창업한 스킨십이란 회사에 제작을 맡겨 지역 고용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어 포인트 이월제도를 도입해 지역화폐처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기부자의 기부가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히라도시 축제 모습.  

히라도시의 고향납세 답례품은 지역 특산물과 함께 지역 창업 기업 제품 등으로 마련됐다. 히라도세토 이야기와 히라도 생선 모음은 각 시기에 맞춰 나온 수산물로 구성된 답례품으로 부채새우, 소라, 참굴 등 매번 바뀌는 제품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지역 내에서는 한 어가에만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 월별로 히라도 말린 생선 모둠과 고래고기 세트, 표고버섯 재배 세트 등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며 기부자에게 선택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지역 창업가들의 제품도 함께 등록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구로다 나루히코 히라도시 시장은 “한 곳에만 주문이 쏠리지 않기 위해 상품을 늘려 건어물, 소고기, 과일 등 제철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켰다”며 “2014년 고향납세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후 현재는 안정된 수요를 얻고 있어 지역경제의 한 주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히라도시 축제 모습. 서영·히라도시청 제공

고향납세 기적의 도시 히라도시는?

히라도시는 1609년 일본 에도시대가 열린 게이초 시대 무렵 최초의 해외무역항으로 네덜란드와 교류를 시작했고 서양문화의 가교역할을 했다. 현재도 네덜란드 건축 구조와 유사한 축조 창고(복원)가 있으며 부두, 우물, 담장 등에서 네덜란드의 자취가 남아있다.

성 프란시스코 사비에르의 전도로 시작된 히라도시의 기독교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심한 박해와 탄압의 시대를 거치며 많은 이들이 처형, 참수 등을 당했지만 그 명맥은 아직도 살아남아 현재까지도 순교의 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또 나가사키현에 속한 히라도시는 일본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크고 작은 40여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2023 강원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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