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폭격기’ 고지우, 역전쇼로 KLPGA 투어 첫 우승 쐈다
지난해 버디 336개로 최다 버디 기록한 ‘버디 폭격기’
‘단점 극복’ 위기 모조리 막아내며 7언더파 몰아쳐
16번홀 키 큰 나무 넘긴 환상 세 번째 샷 원동력
동생 고지원과 투어 대표하는 ‘자매 골퍼’로 활약
고지우는 2일 강원 평창군의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엮어 7타를 줄이고, 최종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안선주(36)와 이제영(22)을 3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올해로 KLPGA 투어 2년 차를 맞은 고지우는 44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으로, 올 시즌 상금 약 2억9845만원을 쌓아 상금 순위 29위에서 12위로 점프했다.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도 26위에서 13위(161점)로 도약했다.
고지우는 165cm로 체격이 큰 편이 아닌데도 드라이브 샷 비거리 5위(평균 249.2야드)에 오를 정도로 장타력을 갖췄다. 여기에 지난해 버디 개수 1위(336개), 홀당 평균 버디 2위(3.77개)에 오르는 등 몰아치기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버디만큼 보기도 많아 종종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PLK 퍼시픽링스 코리아 챔피언십 최종일이었다. 선두에 2타 차 2위로 18홀(파5)에 들어선 고지우는 공을 두 번이나 물에 빠트린 끝에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내 첫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 후반 닥친 두 차례의 위기를 모두 막은 게 하이라이트였다. 선두 송가은에 4타 뒤진 7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지우는 초반부터 버디를 쏟아냈다. 4번홀까지 버디만 3개를 잡아낸 그는 5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주춤했지만 8번홀(파5) 버디로 만회했다.
10번홀(파5) 이글 한 방으로 단숨에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이버 티 샷을 296야드 보낸 뒤 214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3m 옆에 붙였고,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다.
13번홀(파4)에서 또 1타를 줄인 고지우는 이날 버디가 3개 밖에 나오지 않은 가장 어려운 홀인 15번홀(파4)에서 10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승기를 잡았다.
고지우는 16번홀(파4)에서 티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프로비저널 볼을 치려다가 볼이 나무를 맞고 러프에 떨어진 것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지우는 볼을 페어웨이 쪽으로 빼냈다. 다만 세 번째 샷을 해야 할 지점도 러프여서 라이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앞에는 키 큰 나무가 우거져 있어 핀까지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지우는 세 번째 샷의 탄도를 최대치로 띄워 나무를 넘겼고 핀으로 곧장 향한 공은 2m 거리에 붙었다. 자칫하면 크게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상황. 고지우는 이 파 퍼트를 넣으며 쐐기를 박았다.
고지우는 동생 고지원(19)과 함께 KLPGA 투어에서 뛰는 대표적인 ‘자매 골퍼’다.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우승이 믿기지 않고 아직까지 떨린다.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힌 뒤 “신인인 동생이 저의 우승으로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할 것 같다. 동생을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고지우와 함께 경기하면서 3언더파 69타를 친 쌍둥이 엄마 안선주는 한때 1타 차 2위까지 추격했지만 이후 타수를 잃고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단독 선두까지도 올랐던 이제영이 2타를 줄여 안선주와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 2라운드 선두로 나서 1년 만에 통산 3승을 노린 송가은(22)은 1타를 잃고 부진해 4위(10언더파 206타)로 밀렸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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