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달러당 145엔… 역대급 엔저에 수출 괜찮을까

김재영 논설위원 2023. 7.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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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1차 마지노선인 달러당 145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달 26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현재의 엔화 약세는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엔저가 길어질수록 일본에 직접 수출하고 엔화로 대금을 받는 기업들, 환 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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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1차 마지노선인 달러당 145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외환당국이 지난달 26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현재의 엔화 약세는 급속하고 일방적”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최근 국내에선 엔화 투자와 일본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엔저 공포’에 여러 차례 휘청거린 적 있는 한국 경제로선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4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 수준이던 엔화는 19일 장중 한때 897.49원으로, 8년 만에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900원대 극초반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시간당 961엔(약 8750원)인 일본의 최저임금이 9620원인 한국보다 낮아졌을 정도다. 엔화 값이 싸지고 일본 증시까지 초강세를 보이면서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58만 명에 이른다. 벌써부터 추석연휴에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은 거의 동이 났다고 한다.

▷한국 경제 전체적으론 엔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과거 여러 차례 경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1995∼1997년의 엔저는 수출 감소와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와 외환위기를 초래한 시발점이 됐다. 2004∼2007년 엔저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을 악화시켰다. 2013년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엔저의 영향이 누적되면서 2015년 한국 수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 감소세가 둔화하고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에 이번에도 엔저가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과거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일 양국의 수출구조가 달라졌고, 서로 경쟁하는 분야도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품의 품질과 기술이 향상되면서 과거처럼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앞세워 자동차 수출액은 3월 사상 처음으로 60억 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60억 달러를 웃돌았다.

▷엔저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로 하고 장기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책을 유지하자는 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엔저가 길어질수록 일본에 직접 수출하고 엔화로 대금을 받는 기업들, 환 위험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국제 환율 변동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등 방파제를 두껍게 쌓을 필요성이 커졌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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