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줌인/임현석]히어로를 떠나보내는 방법
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2023. 7. 2. 23:45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여러모로 1980년대적이다. 당시는 미국 영화계가 블록버스터 ‘죠스’와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야심만만했고, 모험과 액션의 스케일을 전례없이 키우던 시기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네 편 연출을 연달아 맡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열광했던 첩보영화 ‘007’ 시리즈를 참고하면서도,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를 007보다 더 가혹한 환경으로 밀어넣는다. 여기엔 큰 스케일의 독특한 퍼즐을 펼쳐 놓고 수습할 수 있다는 연출·제작 자신감이 녹아들어 있다.
1∼3편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첨단 무기도 없고, 적을 만나면 대체로 도망가야 하는 처지로 그려진다. 게다가 유적 속엔 바위가 굴러오는 부비트랩까지 깔려 있고, 맨주먹 액션도 꼭 달리는 차 위나 기차 위에서 한다. 장애물을 통한 제약이 복잡하고 정교할수록 주인공 존스의 창의적인 액션과 기지, 유머가 빛난다.
1980년대적이라는 건, 한편으론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초기 시리즈(1∼3편)는 비(非)서구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여과 없이 노출한다. 유물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 자신이라는 식의 표현이나, 유물을 해당국의 허락 없이 가져오겠다는 발상부터가 거칠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다섯 번째 작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전작의 영광과 흠을 모두 의식하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의 강렬한 인상을 이 시점에 복원하면서도, 기존 존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인디아나 존스의 매력과 흠결은 분리가 가능한가?
더욱이나 이 과제의 난도를 높이는 배경도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할리우드에서 최근에 그러하듯 기존 시리즈에서 주연 배우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리부트’를 통해 재해석하는 길도 막혀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 첫 편 레이더스(1981년)부터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해리슨 포드를 떠나서 존스를 말할 수 없어서다. 영화 제작사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후속작을 마치 007처럼 리버 피닉스, 샤이아 러버프 같은 배우에게 맡길 것처럼 보였으나,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도 노인이 된 포드가 존스 역을 맡는다. 이번 영화가 어떻게든 기존 인디아나 존스의 유산을 쥔 채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친구의 딸이자 대녀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다. 쇼는 아버지가 평생을 연구한 유물 ‘안티키테라’를 찾는 인물로 그려진다. 시간 여행을 갈 수 있는 이 유물을 찾아 나치 출신 인사들도 뒤쫓고 있다는 설정이다.
쇼는 영화 초반 유물의 가치보다는 돈을 더 중요시하고, 이성 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또 다른 버전의 인디아나 존스처럼 느껴진다. 둘 다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점이 같고, 인디아나 존스 역시 시리즈 내내 독특한 이성관을 암시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존스는 비록 유물을 팔 생각은 안 했지만, 존스 역시 유물을 찾는 모험의 시작은 모험심이라는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했다.
쇼의 말에도 이러한 관점이 들어가 있다. 쇼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모험심에 사로잡힌 도굴꾼이라고 일갈한다. 시리즈에 내려진 비판을 쇼를 통해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다. 존스에 대한 한계를 억지로 지워내지 않고 그대로 영화 안에 남긴다. 그것이 흠임을 알려주면서.
노인이 된 존스는 쇼의 물음에 간결하게 대답한다. 그건 의미 있는 일들이었다고. 42년에 이르는 여정 속에서 존스가 말하는 의미란 쇼의 비판을 상쇄한다기보다는 각각 일리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이번 영화 속 존스는 한평생 과학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지만, 시간의 틈이라는 오컬트 현상에 대해선 “그동안 봐온 건 있다”라며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 역시 자신의 신념과는 상충되지만, 그대로 인정한다.
모순에 대해서 둘 다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노년이란 그런 것일까.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와 함께 늙어간 이들에 대한 예우가 담긴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곧 삶에 대한 경의이기도 하다. 긴 여정을 마친 이들이여, 부디 아늑하고 평온하길.
1∼3편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첨단 무기도 없고, 적을 만나면 대체로 도망가야 하는 처지로 그려진다. 게다가 유적 속엔 바위가 굴러오는 부비트랩까지 깔려 있고, 맨주먹 액션도 꼭 달리는 차 위나 기차 위에서 한다. 장애물을 통한 제약이 복잡하고 정교할수록 주인공 존스의 창의적인 액션과 기지, 유머가 빛난다.
1980년대적이라는 건, 한편으론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초기 시리즈(1∼3편)는 비(非)서구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여과 없이 노출한다. 유물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 자신이라는 식의 표현이나, 유물을 해당국의 허락 없이 가져오겠다는 발상부터가 거칠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다섯 번째 작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전작의 영광과 흠을 모두 의식하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인디아나 존스의 강렬한 인상을 이 시점에 복원하면서도, 기존 존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인디아나 존스의 매력과 흠결은 분리가 가능한가?
더욱이나 이 과제의 난도를 높이는 배경도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할리우드에서 최근에 그러하듯 기존 시리즈에서 주연 배우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리부트’를 통해 재해석하는 길도 막혀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 첫 편 레이더스(1981년)부터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해리슨 포드를 떠나서 존스를 말할 수 없어서다. 영화 제작사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후속작을 마치 007처럼 리버 피닉스, 샤이아 러버프 같은 배우에게 맡길 것처럼 보였으나,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도 노인이 된 포드가 존스 역을 맡는다. 이번 영화가 어떻게든 기존 인디아나 존스의 유산을 쥔 채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가 친구의 딸이자 대녀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다. 쇼는 아버지가 평생을 연구한 유물 ‘안티키테라’를 찾는 인물로 그려진다. 시간 여행을 갈 수 있는 이 유물을 찾아 나치 출신 인사들도 뒤쫓고 있다는 설정이다.
쇼는 영화 초반 유물의 가치보다는 돈을 더 중요시하고, 이성 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또 다른 버전의 인디아나 존스처럼 느껴진다. 둘 다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점이 같고, 인디아나 존스 역시 시리즈 내내 독특한 이성관을 암시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존스는 비록 유물을 팔 생각은 안 했지만, 존스 역시 유물을 찾는 모험의 시작은 모험심이라는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했다.
쇼의 말에도 이러한 관점이 들어가 있다. 쇼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모험심에 사로잡힌 도굴꾼이라고 일갈한다. 시리즈에 내려진 비판을 쇼를 통해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이다. 존스에 대한 한계를 억지로 지워내지 않고 그대로 영화 안에 남긴다. 그것이 흠임을 알려주면서.
노인이 된 존스는 쇼의 물음에 간결하게 대답한다. 그건 의미 있는 일들이었다고. 42년에 이르는 여정 속에서 존스가 말하는 의미란 쇼의 비판을 상쇄한다기보다는 각각 일리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이번 영화 속 존스는 한평생 과학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지만, 시간의 틈이라는 오컬트 현상에 대해선 “그동안 봐온 건 있다”라며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 역시 자신의 신념과는 상충되지만, 그대로 인정한다.
모순에 대해서 둘 다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노년이란 그런 것일까. 영화는 인디아나 존스와 함께 늙어간 이들에 대한 예우가 담긴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곧 삶에 대한 경의이기도 하다. 긴 여정을 마친 이들이여, 부디 아늑하고 평온하길.
임현석 디지털이노베이션팀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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