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우리들의 컵 단속
점심 시간, 직장인들의 손엔 어김없이 테이크아웃 잔이 들려 있습니다.
커피 한 모금에서 찾는 휴식과 위안...
‘한 집 걸러 한 집’이 카페인 도심 풍경입니다.
그런데, 덩달아 늘어난 게 있죠?
장인택 / 세종시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 점주
“카페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들이 일회용 컵이 너무 많이 소비가 되고 있다.”
심율 / 세종시 아름동
“자기 집에서 컵을 가져오면 좋겠어요.”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일회용 컵 사용에 따르는 쓰레기 문제는 결국 우리가 책임져야 할 문제거든요.”
가벼운 일상에서 묵직한 고민으로 돌아온 일회용 컵,
언제까지 이렇게 쓰고 버려도 되는 걸까요?
■ 발에 채이는 게 일회용 컵…재활용은 얼마나 될까?
휴일 아침. 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조끼와 장갑을 착용하고, 봉투를 나눠 듭니다.
“(봉투를) 아예 인당 두 개씩 주셔도 괜찮을 거 같아요.”
산책,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입니다. 오늘은 버려진 일회용 컵을 줍기로 했습니다.
* 플로깅(Plogging):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스웨덴어 '줍다'(plocka upp)과 영어 '조깅'(jogging)이 결합한 단어
“으아~ 이거 이따가 버려야겠다.”
무더운 날씨, 누군가가 목을 축이고 버린 음료 컵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윤다영 / 사단법인 '지구 닦는 사람들' 회원
“(컵이) 한 군데 모여 있으면, 누가 놓으면 거기다가 계속 모아놓는 거 같아요.”
컵들로 봉투가 금세 꽉 찼습니다.
“우리 지금 10분도 안 됐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일곱 명이 50분 동안 주워온 컵을 세어 봤습니다. 380개나 됩니다.
이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컵은 얼마나 될지, 재활용 선별장에 들고 가봤습니다.
박혜석 / 인천환경공단 자원순환지원센터 자원회수시설팀 차장
“일단 결과부터 말씀드리면요, 지금 갖고 들어오신 거는 다 지금 재활용이 힘들어요. 소각으로 가는 게 맞고요.”
재활용률 0%라는 충격적인 결과! 이유가 뭘까요?
박혜석 / 인천환경공단 자원순환지원센터 자원회수시설팀 차장
“똑같은 재질이 아니라 PP(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도 있고 PS(폴리스티렌, Polystyrene)도 있고 하다 보니까. 그게 섞여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재활용이 안 되죠.”
컵 표면에 인쇄된 예쁜 로고와 그림도 문제였습니다.
박혜석 / 인천환경공단 자원순환지원센터 자원회수시설팀 차장
“이렇게 인쇄되거나 그렇게 되면 재활용하기가 가장 힘들죠, 섞이면.”
재활용이 가장 쉬울 것 같은 종이컵은 플라스틱 코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혜석 / 인천환경공단 자원순환지원센터 자원회수시설팀 차장
“이걸(플라스틱 코팅을) 또 제거를 하려면 아무래도 비용이 들어가니까. 그러면 이거를 다시 가서 재활용해서 만들어내는 것보다 새로 제품을 찍어내는 게 더 싸게 먹히니까.”
■ 1년 소비량, 50억 개↑…재활용은 '미미'
[스튜디오 출연1]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일회용 컵, 저도 사실 커피 한잔하면서 하루에 최소 1개는 쓰고 많을 때는 하루에 3개까지 쓰는 것 같거든요. 괜히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저도 취재를 하면서 다녀보니까 실제로 컵이 버려진 것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소비된 플라스틱 일회용 컵만 53억 개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53억 개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네, 국민 한 사람이 한 해에 플라스틱 컵을 102개씩 사용했다는 건데요. 2017년에는 65개였으니까 3년 사이에 57% 증가한 겁니다. 코로나19 때 테이크아웃이 더 일반화된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정말 많이 쓰고 있네요. 그런데 이게 그나마 잘 처리가 된다면 다행인데 지금 앞에 영상을 보니까 재활용도 어렵다는 게 문제잖아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이 재활용률이 5%도 안 된다는 게 환경부 추산인데요. 앞서 보신 컵 재질 문제도 있고 분리 배출도 안 되다 보니까, 다른 폐기물들과 섞여서 같이 소각되거나 매립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 있는데, 일회용 컵 보증금제라는 겁니다. 그동안 이 컵이 다 공짜였잖아요.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그렇죠.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여기에 이제 보증금제를 부과해서 컵이 아무 데나 버려지는 걸 막고 따로 잘 회수해서 재활용하겠다는 거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그런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저도 뉴스에서는 들어봤는데 실제로 이걸 시행하고 있는 카페나 어떤 매장에 가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네. 지금은 세종과 제주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하고 있고 이제 시작된 지도 7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좀 생소하실 텐데요. 하고 있는 현장에 직접 한 번 가서 살펴봤습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선도 시행' 세종·제주 가보니
제주 시내의 한 카페. 테이크아웃을 요청한 손님에게 점원이 별도로 안내를 합니다.
“가져가시는 거는 일회용 컵 보증금 300원 추가되는데 괜찮으세요?”
매장 키오스크나 배달 앱에서도 포장을 선택하면, 보증금 300원이 추가로 결제됩니다. 컵에 붙은 라벨, 보증금을 냈다는 증표입니다.
고은정 /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처음에는 일회용 컵을 왜 돈 주고 사냐 이런 분위기가 많아서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게 저희도 좀 힘들었었는데, 제주도 분들은 이제 다 웬만큼 알고 계셔서 큰 문제는 없으신 거 같아요.”
이렇게 낸 보증금은 어떻게 돌려받을까?
내용물을 비운 뒤 매장 직원에게 컵을 반납하거나, 컵 반납처에 있는 무인 회수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대형마트나 공항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는 컵 반납처에선 컵이 하루 100개 이상 회수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
“하루로 치면 거의 400잔 정도 이상씩은 (반납된 컵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두 번 정도 와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국하경 / 경기도 화성시
“좀 복잡하기는 한데 그래도 다시 반납해서 뿌듯하고, 일회용 컵을 반납해서 환경 보호에 좀 더 앞장선 것 같아요.”
제도 시행 초기 11.9%였던 컵 반환율은 다섯 달 사이 34.8%까지 올랐습니다.
보증금제 시행 이후 일회용 컵을 덜 쓰게 됐다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이용객 (익명)
“(일회용 컵을) 반납하러 가는 것도 사실 좀 일이더라고요. 열 번 중에 여섯, 일곱 번은 (텀블러를) 챙겨서 나가려고.”
이지은 /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원
“예전에는 커피가 이만큼 남아도 손님들이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주세요’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이만큼 남아서 ‘테이크아웃 해주세요’ 했을 때 ‘300원 받습니다’하면, 거의 안 해가세요.”
■ “경제적·환경적 효과 기대”…전국 시행은 미뤄져
[스튜디오 출연2]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니까 확실히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정말로 재활용도 잘 되고 있나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네. 저도 그게 궁금해서 회수된 보증금 컵들이 모이는 재활용 공장에 한 번 찾아가봤는데요. 아직 재활용 공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단계는 아니었지만 이 일회용 컵, 플라스틱 일회용 컵 5톤이 잘게 조각내지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이제 새 플라스틱과 혼합해서 다시 새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만든다고 합니다. 또 종이컵은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정부는 이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보증금제 대상 프랜차이즈들의 컵의 소재와 인쇄 면적을 통일하도록 그렇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아직 완전한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진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헌 컵이 새 컵이 되는 거니까 들어가는 자원도 좀 절약할 수 있고 쓰레기양도 좀 줄어들 것 같은데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환경부는 보증금제가 잘 시행이 된다면 이 컵들이 그냥 소각됐을 때와 비교해서 445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하고 온실가스도 66%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제도 도입 당시에 설명했습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들어보니까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을 위해서라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돼야 되는 게 맞는 제도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아직도 세종과 제주, 두 곳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까?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사실 이 보증금제는 관련법에 따라서 작년 6월부터 전국에 시행이 이미 됐어야 하는 제도인데요. 예정일을 불과 20일 앞두고 환경부가 이 시점을 12월로 늦추겠다고 발표를 했고요. 넉 달 뒤에는 또 전국이 아니라 세종과 제주에서만 일단 선도 시행하겠다고 또 말을 바꿨습니다. 막상 시행하려고 하니까 매장들 반발도 심하고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현장 목소리를 좀 들어봤습니다.
■ 보증금제 중단·거부…환영 못 받는 이유는?
환경부 청사 바로 앞에 있는 세종의 한 상점가입니다. 보증금제 대상 카페가 한 블록에 11곳이나 몰려 있습니다.
한 곳씩 찾아가 보니, 보증금제를 하는 곳이 6곳, 안 하는 곳이 5곳이었습니다.
다른 동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세종시 프랜차이즈 카페 매니저 (익명)
“당분간은 (보증금제) 안 하고 있으려고요.”
세종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원 (익명)
“저희는 지금 자체적으로 보증금제를 안 하고 있어서요. 거부하고 있어요.”
왜 보증금제를 안 하려고 할까.
이 소규모 테이크아웃 전문점은 보증금제로 일이 늘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그만큼 늘리지 못했습니다.
오정훈 /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하루 매출이) 정말 많을 때는 (음료) 450~500잔까지 갈 때도 있어요. 계속 끊임없이 음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컵에) 라벨지 붙이고 정리하고 이런 것들이 추가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저희가 잠깐이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컵을 반납받아 수거업자가 오기 전까지 보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오정훈 /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반납된 컵을) 일일이 헹궈서 보관하고 있어요. 안 그러면 냄새나니까. 오래 두다 보면 냄새도 나고 이게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잖아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 가맹점주들은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로 “반납 및 수거 절차에서의 가맹점 업무 부담”을 꼽았습니다.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프랜차이즈 직영이 아닌 가맹점은 90%에 이릅니다. 매장에 일회용 컵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건 가맹본부인데, 늘어난 업무량은 고스란히 가맹점이 떠안고 있습니다.
장인택 / 세종시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 점주
“이 제도로 인해서 가맹본부는 그 어떠한 손해를 본 적도 없고 피해를 보지도 않고 있어요. 가맹점에 대한 지원도 없습니다.”
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매장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만 아니면, 일회용 컵 배출 규모와 매출액이 아무리 큰 매장이더라도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체 카페 중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비율은 세종이 18%, 제주는 15% 수준입니다.
제주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익명)
“전 매장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시행을 딱 해가지고 컵을 어디서든 어떤 곳이든 다 같이 (반납)받을 수 있게. 이런 정책을 해야만 이게 효과가 있지.”
소비자 입장에서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아직 장벽이 많습니다. 컵을 반납하려면 같은 브랜드 매장을 찾아가야 하고, 매장 밖 컵 반납처는 부족합니다.
보증금 컵 회수기 이용자 (익명)
“(제도의) 취지는 좋은 거 같아요. 취지는 좋은 거 같은데, 다만 이제 이런 것들이 곳곳에 있어야 하는데 이걸 찾아서 또 가야 하니까.”
컵 반납에 필요한 전용 앱을 설치하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소라 /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 빈용기 보증금제보다 더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이 실제로 보증금을 내고 마시고 반납을 하는 데 있어서. 가맹점에서도 일일이 그거를 바코드를 찍고, 보증금 영수증을 해야 하고.”
■ “환경부, 보증금제 시행 로드맵 명확히 제시해야”
[스튜디오 출연3]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상황을 보니까 제도 자체는 좋은 제도인 건 분명한 것 같은데,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 있네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실 보증금제가 잘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지금 대상 매장 중에 얼마나 제대로 이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봤더니요. 올해 6월 기준 세종은 전체의 60%가 하고 있었고요. 제주는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90%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두 곳에서 시행 중인데 60%와 90%, 상당히 차이가 있네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제주에서는 6월부터 이 보증금제를 안 지키는 매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도 차원에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참여한 매장이 늘어난 건데요. 세종은 앞서 보신 문제들 때문에 이 보증금제를 중단하는 매장이 늘면서 시행 초기보다 참여가 오히려 저조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일상 매장들의 참여율이 떨어지면 보증금제로 관리되는 컵 규모 자체가 줄면서 재활용 효과 자체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전국 시행 시점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환경부가 명확한 로드맵을 내놔야 이 제도가 수용되고 정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환경부가 자꾸 뭔가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반드시 언제까지 성공시키겠다, 그래서 구간별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 이것을 명확하게 해줘야 사업자들이 동참을 하는 거거든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이 더 중요한 이유는 사실 이 보증금제만으로는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활용보다도 궁극적으로는 이 일회용 컵을 안 쓰는 게 사실 중요하잖아요.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그렇죠. 그래서 옛날부터 텀블러같이 개인용 컵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었잖아요.
김채린 / 9층시사국 기자
네. 쉽지 않지만 결국 다회용 컵을 여러 번 사용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고, 그러려면 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부터 잘 운용해서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모든 매장이 하루아침에 다회용 컵만 사용하는 쪽으로 갑자기 바뀔 수 없는 거니까요. 보증금제로 일회용 컵 사용이 규제가 되면서 컵을 반환하는 게 일상화되면 다회용 컵을 가져가서 쓰고 또 돌려주는 이런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다회용기로의 전환 과정에 이미 들어선 곳이 있는데요, 독일입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정책이 시행이 됐는데 그 내용이 뭔지 취재해봤습니다.
■ 독일, 테이크아웃 다회용 컵·그릇 사용 보편화 추세
독일 베를린의 한 카페.
- 카페 주인: “일회용 아니면 다회용 컵으로 드릴까요?”
- 손님: “다회용이요.”
카페 주인이 테이크아웃용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습니다.
독일에선 카페, 식당, 마켓 등 일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파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에게, 의무적으로 다회용기를 갖추게 하는 법이 올해부터 시행됐습니다. 소비자가 음식을 포장해갈 때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게 보장한 겁니다.
* 독일 개정 포장재법(Verpackungsgesetz) 33조: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일회용 컵에 음식·음료를 담아 파는 매장에 대해, 손님에게 포장용 다회용기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2023년 1월 1일부터 의무화했다. 단, 면적 80㎡ 미만·직원 5명 이하 매장은 제외된다.
이자벨 바그너 / 독일 연방환경청 플라스틱 및 포장재 담당
“업체에서 다회용기를 제공하지 않거나 관련 정보 전달이 미흡한 경우, 또는 다회용기 반납을 거부할 경우 최대 1만 유로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컵 보증금을 내야 하지만, 큰 걸림돌은 아닙니다. 20년 전부터 ‘판트’라고 불리는 보증금제가 이미 광범위하게 시행돼 왔기 때문입니다.
* 판트(Pfand): 2003년부터 시행된 독일의 일회용기 보증금제. 캔, 페트병 등 모든 일회용 음료 포장재에 적용된다.
멜라니 오토 / 다회용 컵 이용자
“좋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살 때마다 다회용 컵을 사용합니다. 환경을 보호하고요, 쓰레기도 줄고요.”
마티아스 베른트 / 독일 베를린 카페 사장
“(일회용 컵 사용이) 지금까지 20~30%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고, 다회용 컵 사용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컵 반납 절차도 간단합니다. 가까운 매장에 컵을 내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맨디 뉘른베르거 / 다회용 컵 이용자
“다른 곳에서도 (반납)할 수 있는데요, 저한테는 여기 슈퍼마켓이 편리해요.”
독일 정부는 소비자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다회용 포장 비용을 일회용보다 더 유리하게 설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결국은 기후 위기나 쓰레기 대란의 문제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좀 불편하고 조금 더 힘들더라도 미리부터 가야 할 길들을 차근차근 가야 하지 않을까.”
가야 할 길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김채린
외부촬영: 설태훈
영상편집: 이상미
자료조사: 김보현
조연출: 정현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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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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